‘도하라운드’ 이번 WTO 제4차 각료회의 결과 출범한 새로운 논의의 장을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우루과이에서 시작된 세계경제 활성화 논의가 WTO를 출범시켰다면 이제 시작되는 도하라운드는 세계 최대의 인구대국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중국의 참여와 더불어 더 강력하고 더 정교해진 21세기형 자유무역 체제를 만들어 가는데 전력을 다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경제에서 무역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로서는 이같은 글로벌 경제의 지향점과 조류를 무시할 수 없으며 냉철한 판단과 신속한 대응으로 앞길을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농산물을 공산품과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WTO의 기본 원칙이 보다 철저히 적용될 앞으로의 상황에서 우리 농업이 꿋꿋이 살아남기 위해선 한층 더 강화된 신념과 의지,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부가 WTO 회원국 다수 국가가 인정하고 있는 NTC(비교역적 관심사항) 기능을 중심으로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개발,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외국에서 쌀을 사온다고 홍수예방, 토양유실 방지, 공기정화 기능도 수입되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문화와 정서가 묻어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보 개념의 식량주권과 생산기반 유지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절대가치를 갖고 있음을 관계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풍년을 거르지 않아 지금은 좀 남아도는 듯 하지만 조금만 모자라도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 바로 쌀이다. 요즘 쌀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자 농민들은 ‘딱 한해만 흉년이 들어 보면 정신을 차릴 것’ 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쌀 재고량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식량안보의 중요성과 생산기반 유지에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이유가 반드시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가을부터 시작된 가뭄이 내년 봄에도 지속될 것이란 기상청의 예보도 심상치 않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보아야 아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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