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한 가운데 타결된 각료 선언문에는 그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NTC 그룹(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을 중시하는 나라들의 모임)이 주장해온 농업부문의 관세 및 보조금을 점진적으로(progressive) 감축한다는 내용 대신에 실질적으로(substantial) 감축한다는 문안이 채택되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내년 1월말부터 2005년 1월 1일까지 뉴라운드 협상기간 동안 실질적이고 대폭적인 관세 및 보조금 감축을 위한 이행합의서 마련에 노력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같은 결과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라 하더라도 기대하고 추구했던 ‘최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협상내용이다. 정부는 그동안 EU, 일본, 스위스 등과 NTC(비교역적 관심사항)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농산물 분야 개방폭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런데 이번 협상에서 보여준 행태와 나타난 결과를 볼 때 정부가 애초부터 농업보호에 티끌만큼이라도 관심이나 있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우리 협상대표단은 미국 정부가 ‘단 한 단어도 고치지 못한다’고 못박고 일본도 꼬리를 내리자 제대로 주장 한번 하지 못했다”는 어느 일간 신문의 보도에 우리는 허탈감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우리 협상단에게는 농업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확신과 의지도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 농업은 UR 타결이후 보다도 더 급하게 뉴라운드 출범에 따른 분야별 협상을 3년에 걸쳐 진행해야 한다. 타 산업은 협상 여하에 따라 상당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우리 농업은 최대한 덜 희생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고통의 반대급부로 타 산업이 성장할는지는 몰라도 국가 존립과 민족 유지의 기본산업인 농업은 그 기반이 허물어져 갈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농업·농촌 유지발전을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실천하는데 온 국민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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