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날이 공식기념일로 제정된 지 6년째가 되었다. 농업인들에게 이 날은 자긍심을 높이는 날이자 화합과 다짐의 날이다. 또 이날은 전국민이 우리 농업과 농촌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농업인의 현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농업인들은 잔칫날을 맞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날조차 만사를 잊고 즐길만한 여유가 우리 농업과 농촌에 남아있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첫 ‘농민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때는 지금부터 37년전인 1964년이다. 당시 강원도 원성군 농사개량구락부(현 원주시농촌지도자회)를 이끌던 원홍기 회장과 김종학 총무는 어렵고 힘든 농민을 위로하고 자부심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농민만의 축제일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농민의 날’을 제정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64년 11월 11일 11시 원성군에서 첫 농민의날 기념식이 열릴 수 있었다. 이후 30여년간 농촌지도자회를 비롯한 농민단체들이 꾸준히 농민의 날 제정 노력을 기울였고 정부는 1996년 드디어 대통령령 15005호로 ‘농업인의 날’을 공식제정 하게 되었다.

농업인의 날 기념식이 시작되는 11(土)월 11(土)일 11(土자)시는 흙土자가 세 번 겹치면서 “흙에서 태어나, 흙을 벗삼아 진리를 탐구하며, 흙과 함께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숭고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농민의 날 기념일을 처음으로 제안했던 원성군 농사개량구락부의 농촌지도자회원 모두의 일치된 의견이기도 했다. 이제 그 씨앗이 자라 큰 날이 되었고 국가 공식행사로 자리잡은 지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사명감과 열의, 실천정신을 갖고 농업과 농촌을 이끌며 미래를 준비했던 선배 농촌지도자들의 혜안이 돋보인다.

그러나 ‘농업인의 날’ 공식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해를 더할수록 내용과 규모가 충실해져 왔지만 전국민적 기념일로 자리매김 하기엔 아직도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일부 농민단체가 기념식 불참을 선언할 정도로 농업계 내부는 갈등과 불만이 진정되지 않고 밖으로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인의 날 행사가 기념식과 시상식 위주의 요식적 절차로 끝나지 않고 전국 농업인 모두가 진정으로 참여하는 한바탕 잔치 마당이 될 수 있도록 농업계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다. 그것이 이 날의 제정을 위해 37년전 노력했던 원성군 농촌지도자들의 뜻을 이어가며 우리 농업을 건강하게 육성하는 바른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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