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42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WTO 제4차 각료회의가 현재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중이다. 이번 회의는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제3차 각료회의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NGO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된 뒤 2년만에 열리는 회의로서 여기서 합의된 각료선언문에는 WTO의 새로운 라운드 출범을 정식으로 천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WTO 각료선언문은 향후 뉴라운드 협상과 관련 기본적인 의제설정 역할을 할 것이기에 이번 각료선언문에 대해 각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에겐 농업과 관련, 선언문의 기조가 어떻게 흐를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농업분야에 있어서 개도국 지위 유지는 물론 개방속도 및 폭의 조절,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 수입국간 연대 등 협상 포인트와 역량이 제대로 자리잡고 발휘되는지에 대해서도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우리가 WTO에 가입했다는 것은 WTO의 기본 취지에 동의한다는 이야기고 취지에 부합하는 룰에도 복종한다는 의미이다. 그 목표는 세계인의 복리향상이고 수단은 완전자유무역이다. 이처럼 고상한 이념이 WTO에 들어 있다고 하지만 그동안 UR협정을 착실히 이행해온 우리 나라의 경우 농가경제는 결딴이 나고 부채는 하늘 높이 쌓이고 농업의 미래는 처참하게 부수어졌다. 취지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우리 농촌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WTO가 세계인의 복리향상에 기여한다는 그럴싸한 논리는 이번 카타르 각료회의에서 반드시 논파되어야 한다. 새로운 라운드는 새로운 룰이 필요할 것이다. 그 룰에 반드시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과 관련된 생명존중과 인류평등의 정신이 내포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세계인의 복리 증진을 위해 WTO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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