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 상·하한선 비율에 대해 '헌법 불합치'라는 판정을 내렸다. 헌재의 판결 취지는 선거구민의 편차가 최대 3.9대1에 달하는 현행 선거법 25조는 선거권의 평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선거구의 인구편차가 2대1 이하가 바람직 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2003년 말까지 국회의원 선거구는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편차가 3대1을 넘지 않도록 법률을 개정하도록 했다.

헌재(憲裁)의 이번 판결을 표의 등가성(等價性)을 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적 이념에 충실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이란 신분이 국가와 지역을 동시에 대표하는 자리란 것을 고려해 볼 때 농어촌의 지역대표성이 더욱 약화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농어촌은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도시와의 인구격차가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국회의원직을 상실해 왔다. 경우에 따라서는 도시지역 1개 구에서 2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할 때 농어촌 지역은 2∼3개 시·군을 합쳐서 고작 국회의원 1명을 배출하는 식으로 지역대표성에 반하는 정치 현상을 감내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헌재는 인구편차만을 문제삼아 농어촌의 정치 소외에 대해서는 조금의 이해심도 없이 무조건 3대1로 선거구의 편차를 조정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우리가 선거에 있어서 1인1표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농어촌의 식량안보 기능과 민족정체성 유지, 고유 문화 보전 등 높은 존재가치를 볼 때 과연 지역대표성의 무게를 가벼이 보아도 될 것인지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와 민족의 기본 산업이 농어업이고 국민정서와 의지의 화합과 단결에는 농어촌과 농경문화가 항상 자리잡고 있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농어촌은 도시와의 소득격차는 물론 문화, 의료, 교육, 복지 등의 측면에서도 열악함을 면치 못하며 희생을 강요당해 왔다. 게다가 요즈음 농어촌 주민들은 쌀값 하락과 어로해역 문제 등으로 사기마저 땅에 떨어져 있다. 거의 모든 농어민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이들에게 자신의 권익을 대변해줄 국회의원 수마저 도시민과의 형평성을 위해 줄여야 되겠다고 해서야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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