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자체 매입하기로 되어있는 벼 400만석에 대한 수매가와 수매시기 등 기본적인 지침이 결정되지 않고 있어 일선의 회원농협과 쌀농가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10.10 작황조사 결과 올 쌀 수확량이 9.15 작황조사 결과 보다 약88만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농가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속적인 RPC의 수매기피, 농협의 발뺌, 정부의 무대책 등은 10년만의 대풍을 웃음대신 근심과 불안으로 맞게 하고 있다.

웃음과 여유로 채색되던 늦가을의 농촌은 이제 삭막하고 을씨년스런 분위기로 바뀌고 있으며 곳곳에서 농협과 농민간의 갈등 또한 깊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태도는 한 술 더뜨고 있다. 부정확한 통계를 근거로 대책 한 두개 발표해 놓고 할 것 다했다는 식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 할 일을 농협에 떠넘겨 놓고서 불난집 부채질하듯 농민 정서와 한참 동떨어진 한칠레간 FTA협상을 들먹이고 있다. 도무지 농민의 답답함과 고통을 풀어주고 해소해줄 어떤 대안도 기대하기 힘든 것이 요즘 정부의 모습이다.

우리는 오늘날 농업과 농촌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모든 상황과 현상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농업과 농촌을 한마디로 경시해 왔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단정한다. 특히 쌀문제는 지난해 양곡유통위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예상, 특별 대책을 요구한 바 있는데도 정부 당국은 너무도 무사 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러므로 정부는 더 늦기전에 농협 수매량 400만석에 대한 지침을 확정, 시달함으로써 수확기 쌀값 대란을 막는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세부 기준을 세우는 작업에 있어서 농민과 농민단체의 목소리에 깊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쌀값대란을 막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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