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농약은 독극물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친환경 ○○’이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를 어렵지 않게 접하곤 한다. 농업에서 ‘친환경’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많아질수록 비료·농약은 마치 ‘독극물’처럼 소비자에게 인식되고 있다. 이는 ‘친환경’이라는 용어의 특성상 ‘친환경’이 아닌 것은 ‘일반’ 또는 ‘보통’의 뜻이 아닌 ‘비(非) 친환경’을 뜻하게 돼 발생된 현상이라 생각된다.

사실, 비료·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법은 국제적으로 ‘유기농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용어인 ‘친환경농업’은 ‘친환경농업육성법’상 “농약의 안전사용기준 준수, 작물별 시비기준량 준수, 적절한 가축사료첨가제 사용 등 화학자재 사용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고 가축분뇨의 적절한 처리 및 재활용 등을 통하여 환경을 보전하고 안전한 농축임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이라고 정의하고 있어 비료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친환경농업의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 친환경 물질이 아닌 것처럼 오해되고 있는 비료는 1900년대 초 그 제조방법개발이 인류의 기아를 해결하는데 큰 기여를 해 2명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 극복된 보릿고개를 없애는데 기여했고, 최근에는 북한의 식량난 완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유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일반농업이 공해농산물 생산(?)

최근 우리나라 농사의 전체 재배면적의 20∼30%를 목표로 친환경농업(유기농업 포함)을 정부가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개방에 대응하는 농산물 경쟁력 강화 및 농업인 위로 방안으로 ‘친환경농업’만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일반 농산물은 마치 ‘공해농산물’ 또는 ‘오염농산물’로 이해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일반농사를 짓는 90% 이상의 농업인이 마치 ‘공해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으로 매도된다면 ‘일반농업’은 농업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비료’는 식물의 재배를 돕기 위해서 반드시 적정량 사용돼야 하는 것으로 화학적으로 제조됐다는 이유만으로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유럽에서는 일반 축분퇴비(유기농축산 유래품 제외)는 가축이 섭취한 항생제 및 영양성분 때문에 투입량이 규제되고 있으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유기농업 사용금지 자재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부터는 유기농업자재로 사용금지(2004년까지는 사용 인정) 됐으나 최근 다시 사용기준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돼 축분퇴비 사용으로 인한 국내유기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축분퇴비나 유기질비료만 사용할 경우 투입되는 비료성분이 화학비료 사용시보다 영양분간의 균형이 맞지 않아 토양에 오히려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기사들도 종종 나오고 있다. ‘친환경 농업’이 ‘만병통치약’으로 지금처럼 검증 없이 잘못 추진된다면 토양보전 측면에서도 친환경농법이라 할 수 없다.

친환경·일반농업 병행정책을

일부 도시 부유층을 대상으로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이 웰빙식품이라 해 고가로 판매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이 일반 농산물보다 인체에 유익하다면 북한이나 중국에서 수입된 유기농산물이 국내에서도 고가에 판매돼야 마땅함에도 그렇지 못함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이 낮아서 일까?

친환경농법으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과 화학비료를 적정량 사용한 일반농산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없음에도 농업정책 방향을 ‘친환경농업’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게 해 가격을 고가화하고 있다.

일반농업을 하는 농업인 및 고가의 국산 친환경농산물을 먹을 수 없는 국민들이 90% 이상임을 생각해 ‘친환경농업’만을 위한 정책보다는 ‘친환경농업’과 ‘일반 농업’을 함께 발전시킬 농업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박 범 기 (남해화학(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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