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 우리 농업의 주요 과제는 쌀과 보리 등 주곡의 자급이었다. 이 절박한 국가적·국민적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농업인이 주곡 자급에 몰두했고 모든 힘을 쏟았다.
그 염원과 의지의 소산으로 밥맛과 미질이 좀 떨어지지만 일반 벼보다 약 2배의 증산력을 보인 통일벼가 육종되었다.

이 통일벼가 육종되면서 통일벼의 조기 증식 문제가 절실하고 긴박해졌다.
통일벼 조기 증식을 위해 정부는 농촌진흥청 연구진의 건의를 받아 1년 4계절 전천후 통일벼 육종 증식시설인 인공기상실을 마련해주었다.
이 인공기상실을 청와대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감학렬 부총리를 통해 거의 매일같이 인공기상실의 건축상황 점검을 독려할 정도였다고 한다.

아울러 정부는 필리핀 소재 국제미작연구소의 포장을 임대, 육종과 증산을 병행했다. 드디어 통일벼가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박정희 대통령은 매년 모내기행사, 벼베기 행사에 참석해 농민과 막걸리를 마시며 증산 의욕을 선도하고 고취시켜 나갔다. 또 다른 한편 박대통령은 가뭄과 물난리, 기상재해시에는 점퍼 차림에 농모를 쓰고 피해현장에 나타나 복구와 수습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주곡자급 ‘열정’ 되살릴 때

이 시절은 통일벼 육종 보급과 증산을 위한 횃불이 높이 올리고 모든 농민, 농업공무원, 그 밖의 학계 인사 모두가 식량증산에 한마음으로 매진한 시기였다.
그 결과 우리는 5천년 기아선상의 어려운 고비를 넘겼고, 오늘날에 와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바라보는 고도성장의 기반을 조성했다.

아마도 그당시 식량증산에 몰두했던 눈물겨운 일화들은 우리 농정사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이같은 쾌거가 21세기에도 다시 재현되어야 한다.

WTO, FTA 등으로 세계무역질서는 다시 짜여지고 있고, 나라마다의 무역장벽은 맥없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김치종주국인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물량보다 중국으로부수입되는 김치가 더 많을 정도일까?

그뿐만 아니다. 거의 모든 한국 농산물은 경쟁력에서 뒤지고 있다. 농촌경제는 침체에 빠져 헤어날 길을 못찾는 동안 농촌은 고령농민이 힘겹게 지켜나가는 황량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국민 모두의 마음의 고향인 농촌을 이렇게 피폐해지도록 방치해야만 할까?
1960년대 통일벼를 통해 식량자급의 위대한 역량을 달성한 힘을 오늘에 되살릴 수는 없는 것일까?

이제 우리 한국은 세계적인 명품(名品) 수출농산물이 될 물건을 찾아 통일벼 증산의 역량을 되살려 한국농업 재건의 불을 다시 점화시켜야 한다.
물막이 공사로 농토를 일군 네덜란드는 꽃을 주요 국가 명품 농산물로 키워 국민을 먹여살리고 있다.

네덜란드 꽃 경매시장인 알스메이어 경매장을 가보면 그 어마어마한 경매 공간과 광경에 압도된다. 이 무서운 국가 브랜드 농산물을 일군 네덜란드의 농정을 경각(警覺)의 눈으로 살펴 한국도 세계화 농산물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우리 쌀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중국과 미국, 쇠고기 시장을 차지하려는 호주, 뉴질랜드, 과일 시장을 차지하려는 칠레 등은 무서운 준비와 계산을 갖고 우리 농산물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같은 농산물 수출국들의 불같은 야심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농산물 명품개발 함께 나서야…

우리도 60년대 통일벼를 키운 의지와 쾌거를 되살려 경쟁력과 소득을 얻는 세계화 명품 농산물 몇 가지를 집중 육성 개발, 증산, 수출하는 일에 몰두해 보자.
이 길만이 피폐되어 가는 우리 농촌과 농업을 되살리는 길이다.

꿈과 희망이 머무는 풍요한 농촌, 소득이 보장되는 윤택한 농업의 개발은 시급한 농정과제이다. 이 일에 총력을 다하기 위해 정부 각 부처, 관계 기구가 망라되어 참여하는 가칭 ‘2000년대 농업개발단’을 구성하고 모든 국력을 하나로 모아 국가 브랜드의 농산물의 개발과 총력 생산, 수출에 힘을 모으는 국가적 국민적 역량과 지혜를 모으는 일에 정부는 앞장서서 선도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농업을 일으키는 요체이다.


지 충 원 (농촌지도자 충청남도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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