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에서 방앗간 주인인 노인과 아들이 당나귀를 팔려고 근처 장터에 당나귀를 몰고 나간다. 동네 어른들은 “아버지가 당나귀를 타야한다” 하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아들이 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두 사람이 모두 나귀등에 올라탔다. 그러자 이번엔 나귀가 힘들다며 “당나귀를 두 사람이 어깨에 메고 가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모두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부자는 당나귀를 묶어 어깨에 메고 강을 건너 가다가 그만 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새만금사업이 환경단체의 반대와 정치인들의 동상이몽으로 이솝우화의 당나귀 꼴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지난 ‘91년 착공해 13년 동안 1조 5천억원이 넘는 국가예산을 투입하여 추진되어온 대규모 국책사업이 방조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사업추진 목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새만금사업의 매립지 면허를 산업·연구·관광단지 등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적지 않은 부작용과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논리의 허점도 많다.

첫째 농지조성이라는 목적으로 설계되고 13년 동안 목적에 맞게 공사가 추진되어온 새만금사업을 갑자기 타용도로 전환할 경우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자동차를 만들려다 매연이 좀 나온다는 이유로 완성 시점에서 자전거로 전환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새만금사업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간척사업이다. 목적변경을 그리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된다.

둘째 일부에선 쌀이 남기 때문에 농지조성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논리에도 문제가 많다.
지금 쌀이 남는다고 언제까지나 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도 지구촌에는 기상이변 등으로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곳이 많다. 비록 지금 여유 있더라도 늘 대비하고 있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바로 식량문제다.

더욱이 새만금의 농지는 지금 당장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10∼15년 이후에나 경작이 가능하다. 매년 2만ha 이상의 농지가 전용되고 있는 현재의 추세라면 머지 않아 우량농지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통일 후 식량문제까지 감안한다면 집단우량농지 확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물론 산업용지 확보도 필요하다.
그러나 새만금지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

오히려 산업단지는 도시근교로 이전하고, 새만금 지역엔 농지를 조성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더욱이 친환경적 추진과 활용을 위해서도 새만금사업은 갯벌을 성토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농지 조성쪽으로 가야만 한다.

농지는 식량생산 외에도 자정능력, 수자원 보호, 생물서식지 제공 등의 환경적 기능이 뛰어나다.

셋째는 해수유통 논리의 허점이다. 정부에서는 해수유통도 검토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해수유통은 간척사업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즉 간척지도 담수호도 모두 포기하자는 것이다.

새만금 주변지역은 만성적인 물 부족 지역이다. 설혹 농지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담수호는 반드시 필요하다.

법정에서 거론된 수질예측은 99년 당시 환경부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정확성이 떨어진다. 이미 새만금 지역에는 수질개선을 위한 최첨단기술이 도입되어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지금 수질관리기술은 세계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있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합심하면 충분히 목적수를 달성할 수 있다.

새만금사업에 대해서는 착수당시부터 수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그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했으며, 지난 99년부터 2년간 또다시 농지의 가치와 수질문제 등을 재조사해 사업의 타당성을 인정받은 사업이다.

10년 넘게 추진되는 대형국책사업은 국가 발전의 토대가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우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바뀐다해도 사업은 원래대로 추진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국민들도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추진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비판만 해댈 것이 아니라, 믿고 밀어줄 수 있는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홍 봉 길 (새만금추진위원회 감사,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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