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생, 부평초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 사는 속내를 그리는 표현이다. 이와 다른 의미의 ‘잡초 인생’은 어떨까. 잡초처럼 사는 삶이 아니라 잡초와 함께 사는 인생 말이다.

농촌진흥청에 근무하는 이인용 박사는 말 그대로 ‘잡초 인생’을 살고 있다. 잡초만 파고들어도 한국농업의 과거와 미래가 보인다는 그가 최근 ‘잡초 박사’로서 큰 영예를 안았다.

이인용 박사의 ‘우리나라 농경지에 발생되는 잡초 현황’이란 논문이 한국잡초학회가 주관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우수논문으로 뽑힌 것. 5년간 몰두한 연구와 그 결과물인 논문이 세간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논문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농촌진흥청이 국책과제로 수행한 우리나라 논, 밭, 과수원, 목초지에 발생한 잡초를 광범위하고도 정밀하게 조사한 것으로 실용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경지에 발생하는 잡초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을뿐더러 이들을 효율적으로 방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논문에 따르면 우리 농경지에 발생하는 잡초는 모두 68과 433종이며 △논에 22과 76종 △밭에 33과 112종 △과수원에 51과 232종 △목초지 59과 328종이 각각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아울러 외래잡초 100종도 확인하고 있다.

이인용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로 농경지 잡초를 효율적으로 방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자부심이 크다”면서도 외래잡초 증가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이 박사는 “농산물 수입 증가추세를 고려할 때, 외래잡초의 증가는 향후 우리 생태계가 더 큰 위협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잡초학회는 1981년에 창립해 대학교수, 산업체 연구원, 농촌진흥청 연구원 등 3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학회로 농경지에서 문제가 되는 잡초의 생리생태와 방제, 신규 제초제의 작용기작 등 폭넓은 연구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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