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서 단고기라도 좀 드시겠습니까?"
"좋습네다. 하지만 단고기는 부위별로 먹는 고기이기 때문에 사전에 주문해야 먹을수 있습네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공동취재단의 일원으로 방북했던 한 기자와 안내원의 대화다.

'단고기'는 우리의 '개고기'인데 북한에서는 부위별로 주문해서 먹는다니 생산량이나 소비량, 그리고 고기값을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사실 북한은 이것 뿐만아니라 소, 돼지, 닭, 염소 등 축산전반에 걸쳐 어려움에 처해 있다.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몰아닥친 극심한 식량부족은 사람은 물론 가축사육에도 영향을 미쳐 축산물 생산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편집자 주>

지난해 FAO 농업통계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축산물생산량은 95년 기준으로 남한에 비해 육류전체로는 24.5%인데 그중 쇠고기는 30.0%, 돼지고기는 24.6%, 닭고기는 18.9%에 불과하고 우유 생산량은 4.5%, 계란은 28.8%에 불과한 실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이러한 생산량이 배급제도에 의해 소비되다보니 남한의 70년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축산물은 국영상점이나 농민시장에서 살수 있는데 앞에서의 대화에서 볼수 있듯이 그나마 값이 싼 국영상점의 물량은 극히 제한돼 있고, 농민시장은 값이 너무 비싸 일반주민들은 구입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어 특별한 조치가 없으면 북한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축산업이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남한의 60년대 수준의 축산업

북한의 축산발전을 위한 남북한 농업협력은 현재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북한 축산업을 어떻게 정상적으로 회복시켜 식량난을 해결해야 하는가 하는 차원에서 도모해야 할 것이다.

관련전문가들은 "북한은 과거 60∼80년대 우리가 양적성장을 위주로 가축을 개량하고 사양기술을 개선했던 것처럼, 최우선적으로 북한의 식량난을 타개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협력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할 때 남북한 관계개선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은 물론 다른 어떤 협력분야보다도 그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이 나오면서 98년 모대기업 총수가 북한에 한우를 보내면서 비료를 비롯한 옥수수, 농기자재 등에 이어 축산분야에서도 대대적인 대북지원책들이 모색되기 시작했다.

이후 계란보내기 운동이나 국내 기술로 육종한 우량유용 염소보내기 등이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지원됐고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북한특수'라는 경제용어가 등장하는 등 더욱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법의 대북지원과 대북투자가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고기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말처럼 당장 눈앞에 보이는 식량난 해결을 위한 지원책에 가려 축산기반 회생방안이 간과돼서는 안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 나아가 통일에 대비한 남북한 축산구조의 개편 계획을 수립하는 차원에서 더욱 심도있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사료생산과 가축사양을 위해 국영목장, 도 경영목장 등 전국 152개소 국영목장을 설치 운영하고 있는데 국영목장은 자체 보유 토지에서 사료작물을 재배, 수확하여 종축장에서 공급받은 종축 등을 기본으로 해 가축을 사육하고 있다.

또한 전국 3천개 협동농장의 가축에 대한 사양관리기술 지도를 담당하고 있으며, 자체 가축사양표준을 갖고 있는 만큼 과학축산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곡류 등 원료사료의 부족으로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식량난 극복없이 축산발전 없다

현재 북한은 모든 가축은 초식가축 위주로 사육하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것으로 보아 북한의 축산은 농후사료를 많이 필요로 하는 돼지, 가금의 사양부분이 축소되는 대신 염소, 양, 토끼 등의 중소 초식가축 위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축산업보다도 악화된 식량사정이 해결되지 않는 한 축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악화된 내부여건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의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식량지원과 함께 근본적인 장단기 축산업 발전을 위한 축산기술지원 및 협력계획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식량지원에 있어 축산기술연구소 정일정 박사는 우선 어려운 축산물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남한에서 생산되는 재고분유, 잉여계란, 노계육, 특히 구제역으로 수출을 하지 못하고 수매비축 중인 돼지고기 등 남한내 잉여 축산물의 원조를 통해 극심한 식량난을 해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후 어느 정도 여유가 가진 다음 구체적인 협력계획이 시작되는게 좋다고 부언했다.

# 시장경제체제 도입 있어야

식량난 해소이후 추진 가능한 남북한 축산부문 협력에 있어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협력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알려진 축산부문 대북 지원방안과 향후 교류협력방안에 대해 축산연 정일정 박사와 한국농업경제연구원 김운근 박사가 연구 발표한 방안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단기적으로 북한주민의 기근해소와 북한 주민의 건강을 위한 최소 에너지 충족을 위해 축산물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 후 비로소 효율적인 가축개량, 번식, 사양관리, 가공, 시설환경 및 조사료 생산 이용기술 등 축산기술교류를 시작해야 한다.

그 다음 중장기적으로 북한 내 축산물 생산기반을 조성해 축산물 공급을 늘리고 생산기반을 확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통일이후의 축산물 수요증대에 대비하고 농촌지역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축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방안을 고려해 남북한 축산부문 농업교류사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조금 성급한 협력안이지만 한우협회 한 관계자는 북한의 초지중심의 사육시설을 이용한 번식우 중심의 비육밑소 생산을 통해 남한내 암소부족 현상과 비육우 중심의 소사육을 현실을 타개하는 방안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인접한 중국과 러시아 등 구제역 발생국가를 감안해 철저한 방역관리체계가 뒷따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 북한의 축산업은 앞으로 중국과 같은 사유농 인정 및 시장체제도입 등으로 농업 및 경제전반에 대한 개혁이나 선진기술 및 자본 등의 도입에 의한 외국과의 합작 투자를 통해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돼지공장, 닭공장 등의 시설현대화와 사료생산분야의 과학적 기술적인 방법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남북경제협력이 가시화되는 것에 따른 상호 축산기술의 공동연구나 협력연구 및 지원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연구되어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