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르릉…

아침 6시면 정확히 울리는 알람시계의 벨소리와 함께 나의 하루는 1분1초까지 계산해야하는 시간과의 싸움으로 시작한다.

출근 준비하랴, 가족들 아침 챙기랴, 밤늦게까지 컴퓨터와 노느라 늦잠 자는 딸아이 깨우랴... 출근 때문에 많지도 않은 우리 가족의 아침은 부산스럽기만 하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부터는 식생활이 한마디로 엉망이 돼 버렸다.

문제는 한창 자랄 나이에 있는 우리 딸아이다.

아침도 안 먹고 학교에 가기가 일쑤고 점심은 학교에서 급식으로 해결하고 저녁엔 과자나 패스트푸드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이런 식습관을 알고 듣기 좋게 잔소리를 해보지만 한번 길들여진 아이의 입맛과 습관이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예전에 모 대학에서 개최한 식생활 세미나에서 일본인 대학교수가 발표한 내용 중 특별히 관심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어렸을 때의 식생활과 식습관은 그 사람의 평생의 성격까지를 결정한다. 칼슘이 부족한 아이는 스스로를 외부와 단절하기 쉽다. 식사준비를 돕는 습관이 없는 아이는 자기중심적이고 스스로를 외부와 단절하기 쉽다.…” 등등

내가 제일 걱정해마지 않는 아침식사와 관련해서는

“학교에 아침을 먹고 오지 않는 어린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아침을 먹고 오지 않는 어린이들은 집중력이 나쁘고, 학교에 대한 태도도 나쁘게 평가되는 자료가 많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아침밥은 꼭 먹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은 평소 우리 가족, 특히 딸아이의 식생활에 무심했던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새삼 딸애의 그리 좋은 편은 못 되는 성적이 아침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바쁜 엄마 탓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늦은 퇴근길 언제나 밝은 딸아이의 목소리는 하루의 피곤함을 가시게 하는 청량제와도 같다.

세미나가 있었던 바로 그 날도 딸애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올 때 맛있는 거 사 와.” “뭐?” “쵸콜렛, 과자, 아이스크림”
다른 때 같았으면 그래 하고 대답했겠지만 그 날은 달랐다.

“안돼”

단호한 내 대답에 주눅이 들었는지, 한참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음…, 음… 그럼, 꼬마 주먹밥!!”

“알았어. 내일 아침에 먹을 것까지 두개 사갈게“

아침까지 사 먹여야한다는 것이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굶고 다니는 아이에게 아침밥을 먹게 한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기로 했다.

대신 따뜻한 국물이라도 곁들여야겠다는 생각에 딸아이가 좋아하는 콩나물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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