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의 풍년을 맞았건만 쌀이 과잉 생산되어 가격이 급감함에 따라 농민은 물론 국민 모두가 걱정하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쌀값을 보장하라는 농민들의 시위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대풍에도 쌀 농민들은 왜 어려움을 맞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 근본원인은 정부가 수매제도 등 공급위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수요관리와 소비촉진 정책을 추진하는데 소홀하였기 때문이다.

우루과이 협상의 타결로 쌀 시장이 개방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으로 1990년대 중반이후 쌀 재배면적, 생산량, 가격이 증대되어 왔다. 정부는 그동안 수입된 쌀을 전량 가공용으로 이용하여 농민들은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가공용 쌀 소비량은 총 소비량의 2%에 불과한 현실이므로 소비량의 2.5%가 수입되는 금년부터는 양질의 쌀이 수입되고 시장에 출하될 전망이다. 생산량이 증대되었고, 수입쌀이 시장에 방출될 전망이므로 앞으로 쌀 가격의 하락은 불가피하며, 생산 여건이 열악한 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맞게 될 것이다. 공급이 늘어나더라도 소비가 그 이상 늘어난다면 쌀 가격은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1인당 쌀 소비량은 1990년 120kg에서 금년에서 90kg이하로 감소될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쌀 소비량은 30kg 감소한 반면, 쌀 공급이 1990년대 중반이후 계속 증대하여 쌀이 남아도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쌀 소비가 급격히 감소된 원인은 우리나라 농업정책에서 수요관리와 식품소비정책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교해 볼 때 낮았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식생활 가이드라인을 범정부 차원에서 제정하여 건전한 식생활을 유도하여 생산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저소득층 식비보조제도, 학교급식 제도가 농무성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소비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식비보조와 학교급식제도는 사회복지정책의 차원을 넘어 자라나는 청소년층에게 건전한 우리 식생활 습관을 형성시켜 장기적으로 쌀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므로 적극적인 도입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우루과이 협상이 타결된 이후 세계 모든 국가들은 약정수매제와 같은 가격지지정책을 포기하고 소득지지정책으로 전환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만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쌀 가격지지형 수매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WTO 차기 협상이 시작된 마당에 늦었지만 쌀 산업 중장기대책으로의 정책 전환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공급이 과잉되고 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약정수매제는 금년에 볼 수 있듯이 쌀 생산농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가격지지를 위한 약정수매제는 조만간 폐지될 것이 확실시되고, 정부는 공공비축용으로 필요한 쌀을 시가로 매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약정수매제가 폐지되고, 수입 개방이 확대됨에 따라 경쟁력이 약한 쌀 생산 농민의 소득 감소가 예상된다. 따라서 약정수매제 폐지에 앞서 쌀 생산농가에 대한 소득보조와 소득안정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농민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ha당 쌀 소득은 약 700만원이지만 논농업 직접지불제는 ha당 20-25만원에 불과하여 쌀 소득의 3%내외에 불가하여 실질적인 소득보조 효과는 매우 낮다고 생각된다.

현재 정부는 쌀 수매를 위해 1조 2천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또한 수매와 관련된 관리비용 등을 고려하면 연간 2조원 이상은 쌀 수매에 지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약정수매를 유지하는데 사용했던 직간접 비용을 쌀 생산농가에 대한 소득보장에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쌀 농사를 담당할 경영능력이 있는 생산농가들의 소득을 안정시키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제가격, 환율 등의 변동에 따라 쌀 생산농가들의 소득이 매우 불안정해 질 것이므로 선진국과 같은 쌀 소득보험제도도 도입하여 쌀 농가가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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