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길 농촌지도자 전라북도연합회장

1997년 지방자치제도가 본격화되면서 본래 국가직이었던 농촌지도직 공무원이 지방직화된지 5년째를 맞이한다. 당시 농촌지도직 공무원의 지방직화에 대해 농업계 대부분은 국가적 농업기능의 위축을 우려하며 재고되어야 할 사안이라는데 공감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방자치제도의 조기정착과 지역농업 특성화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기대감은 이같은 염려를 한낱 기우로 돌려버렸고 결국 국가 농업의 미래를 걸고 추진해야할 농촌지도사업은 크게 약화되어 버렸다.

농촌지도사업이란 무엇인가? 국가적 측면에서는 농업인의 능력제고를 도와 건실한 농업·농촌을 유지·발전시켜나가는 일이다. 농업인 입장에서는 경쟁력있는 첨단의 농업기술과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기회를 얻어 이를 활용함으로써 개별농가의 소득증대는 물론 농업 전반의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방화 이후의 농촌지도사업은 당초 취지를 잃어버리고 플러스 효과보다는 마이너스 효과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도공무원의 사기저하로 인한 서비스의 질 저하, 지도사업 본연의 임무는 뒤로 한 채 세금징수, 유원지감시, 산불진화 등 자치단체의 각종 행정업무 동원되는 상황, 인사권을 쥐고 있는 시장·군수에 대한 해바라기성 근무태도, 중앙 및 도·시·군의 인사교류 단절로 인한 우물안 개구리식 지도사업 등등... 더욱 심각한 것은 지방직화 이후 농업인의 평가가 좋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방직 전환 이후 지도활동이 전반적으로 감소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지도공무원의 사기저하를 우려하는 대답도 80%가 넘었다. 영농현장 방문이 약화되고 농업인의 기술센터 출입도 줄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읍·면단위 농민상담소의 폐쇄로 농업인의 사랑방이 사라져버렸으며 이를 자율 운영하는 농업인까지 생길 정도이다. 특히 정부 구조조정시에는 끗발 없는 농촌지도직 공무원이 집중 타겟이 되어 전체 지방공무원이 19% 감축된데 비해 지도공무원은 약25%나 감축되었다.

농업은 생명산업이자 안보산업이라고 농업인보다 정부가 앞서서 떠들어댔고 그렇게 부추기면서 농심을 달래왔다. 그러나 농업·농촌 발전의 가장 기초적 역할을 담당해주어야 할 농촌지도직을 여건과 상황, 마인드가 각기 다른 시·군에 자율로 맡겨 놓는다는 것은 농업을 진정으로 안보적 측면에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가 언제 국방을 지방 자율로 맡겨 놓은 적이 있었는가? 안보산업인 농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농업·농촌과 관련된 정책은 국가적 차원의 연구와 추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농업연구·지도사업의 본산인 농촌진흥청을 대통령 직속기관화 하고 농촌지도직공무원 전원을 국가직으로 환원시키는 획기적인 조직개편이 필요하다. 그래야 앞으로 후계 농업인들이 이나라 농업과 농촌에 희망을 걸 수 있다.

때마침 농촌진흥청과 농림부는 농촌지도직 공무원의 국가직 환원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농업인의 한사람으로서 농촌지도직을 국가직으로 환원시키는 일은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부디 이번 논의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말고 정부가 주장해온대로 생명산업·안보산업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관계자들의 분투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공무원의 보신주의, 무사안일주의
로 인해 우리 농업이 바로잡힐 기회를 잃어서도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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