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 보리밭 밟기

겨울을 견디는 풀, 인동초는 우리 나라 산이나 들에 자라는 덩굴식물로 길이는 3m정도이다.

줄기는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며 추운 겨울을 지내고 초여름에 하얀 꽃이 피는데 열매는 이뇨, 해독, 감기 등의 약재로 쓰인다. 헬렌 켈러가 유일하게 식별할 수 있었던 꽃이라고 한다.

지난 '97년 12월 DJ가 제15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각 언론에서는 인동초’라는 자신의 별명에 걸맞게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네 번째 도전 끝에 결국 겨울을 이겨냈다고 기사화하고 있다.

자서전 <나의 삶 나의 길>에서 '그 가녀린 인동초가 겨울을 버티는 힘은 머지않아 봄이 온다는 믿음에 있다. 나 또한 겨울을 이기고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수없이 많은 겨울이었고 또 기나긴 겨울이었다.' 무슨 겨울이 그다지도 많고 길었던 것일까.

보리 안전 다수확의 기본조건은 적기 파종이다. 이는 월동 전에 보리의 본엽이 5∼6개 나올 수 있게끔 파종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의 기상을 분석하고 수량성을 검정하여 각 지역에 알맞은 파종적기를 준수한다 하더라도 그 해의 기상조건이 이론과 실제가 딱 부합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월동 전 생육기간이 길어지면 월동 전에 유수(어린 이삭으로 추위에 약하다)가 형성되어 동해의 우려가 있고 반대로 추위가 일찍 오면 보리의 생육단계가 늦어져 동해는 물론 감수가 우려된다.

이와 같은 피해 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하여 보리를 밟아준다. 수량이 3∼4% 증가되지만 해에 따라 꼭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리는 밟아줌으로서 월동조장, 한해 경감, 분얼 조장과 출수의 균일화를 꾀할 수 있다. 즉 월동전 생장이 과도할 때 밟아주면 유수분화 및 발달이 늦어지고 내한성이 증대되어 월동이 조장된다.

서릿발이 설 때에는 밟아서 식물체를 토양에 고정시켜야 월동이 안전하다. 봄철 한발시 밟아주면 뿌리의 발달과 조직의 건생화로 보리의 내건성이 증대되고 토양수분도 보릿골 가까이로 유도되며 토양의 균열도 메워져 한발 피해가 경감된다.

또한 식물체가 강건하여져 쓰러짐을 방지해 주고, 뿌리가 토양에 잘 고착하여 양분과 수분의 흡수 이용이 좋아진다. 그리고 먼저 분얼한 가지의 유수 발육이 억제되고 분얼이 조장되어 수수가 많아지고 이삭이 나오는 것이 균일해 진다.

보리밭 밟기는 보리를 키우는데 있어서 꼭 해야할 작업이지만 밟아주는 횟수 및 방법은 기상 등 조건에 에 따라 다르며 보통은 1∼2차례 밟아준다.

보리밭 밟기는 사람이 하기도 하지만 답압기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근래에는 노농력이 많이 소요되는 등을 이유로 밟기가 소홀해 지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 학생들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깨우치기 위하여 도심의 보리밭을 이용한 보리밭 밟기 행사도 하고 있다. 보리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춥고 긴 겨울을 지낸다.

보리는 수수하여 차분함과 독특한 품격으로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강건하게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이한다.

어릴 적 DJ도 보리밭을 밟고 자랐을 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