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섣달 눈 많으면 보리농사 풍년된다

'긴 터널을 빠져 나오면, 눈 내리는 고장 설국이 나타났다'. 1968년, 일본에게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안겨주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인 설국, 분명 눈이 있어 한층 더 아름다운 이야기다.

온통 하얀 눈에 뒤덮여 있는 온천장을 무대로 그 일대의 자연과 인정을 따뜻하게 그린 이 소설은, 인간 본연의 근본적 슬픔이 서려있는 서정미와 동양적 애수를 탁월한 묘사와 상징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해마다 눈 내리는 계절이 오면 주인공은 그곳을 찾아간다. 거기엔 눈이 있다.

아무리 추워도 눈이 있으면 왠지 마음이 포근해진다. 그래서 옛날 노기들은 눈이 오는 날에는 애기 기생에게 밀린 겨울빨래를 시켰다나.

'눈이 오면 푹하다'는 어른들 말씀 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시각적으로 여느 겨울날 보다 더 따뜻하다고 느껴서인지 어쨌든 눈이 오면 마음마저 포근해진다.

'동지섣달 눈 많으면 보리 농사 풍년 된다' 기상 분석 결과에
의하면 우리 나라 중부지방은 대체로 12월 28일을 전후해서, 또한 다음 해 1월 10일 전후해서 기온이 급강하한다.

그리고 겨울이 거반 지나가는 2월 상순에 한차례 꽃샘 추위가 찾아온다.

보리를 파종하는 10월 상순의 평균기온은 약 15℃ 내외가 된다.

파종 후 약 1주일 후면 싹이 돋아 나오는데, 그러니까 보리종자가 싹이 터 땅위로 나오기까지는 약 100℃ 내외의 적산온도가 필요하다.

일단 싹이 나오면 10월, 11월 두 달 동안 보리는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나서 기온이 0℃ 이하로 내려가는 12월 초순에는 생육이 정지된다.

이때까지 보리의 잎이 5∼6개 나오면 추위를 견디는 힘이 가장 강해지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 정도로 월동 전 생육을 시키느냐가 겨울을 잘 지낼 수 있는 관건이 된다.

일반적으로 보리는 영상 3∼4℃의 낮은 온도에서도 생육이 가능하지만, 겨울을 지내는 동안 영하 17℃ 이하에 맞닥뜨리면 얼어죽게 된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보리가 얼어 죽게되는 외기 온도 영하 17∼28℃가 되더라도 적설량이 약 15㎝이면, 최소 5㎝만 되더라도 눈 밑의 지표 온도는 영하 4∼5℃에 불과하다.

따라서 눈이 내리면 기온이 낮더라도 보리가 겨울을 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금년은 1월 13∼17일의 기온이 영하 19,5℃까지 급강하 하였지만 마침 1월 7일에 내린 눈이 20㎝나 쌓여 보리 생육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동지섣달 눈 내리면...'. 동지는 12월 21일경이다. 이때 눈이 내리면 한창 추위가 닥쳐와 보리 생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12월 28일을 대비할 수 있다.

따라서 크리스마스에 눈이 펑펑 내리면 '설국'처럼 연인들의 세상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포근하게, 따뜻하게 하여 준다. 아이들이 좋아할 뿐 아니라 보리도 좋아한다.

나아가 크리스마스 때 눈이 내리면 구세군 모금함의 모금액도 더 많아진다고 한다.

동지섣달 눈 내리면 너와 나, 우리 모두, 보리 마음까지도 포근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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