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25일은 우리 나라 가축 방역사에 길이 남는 날이 됐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우리 나라와 일본이 유일하게 비발생국으로 남아 있었는데 3월 12일에는 일본에서 3월 25일에는 우리 나라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이다.
경기도 파주의 한 젖소 농장에서 의사구제역이 발생한 이래 충남 홍성, 경기 화성, 충남 보령, 경기 용인, 충북 충주에서 구제역의 발생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우리 축산업은 비상이 걸린 상태이며 앞으로 조기에 구제역을 박멸해야하는 큰 과제를 안게 되었다.
지난 2년여간 우리 양돈인들은 돼지콜레라를 근절하기 위하여 말로써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헌신적이며 과감하게 대처해 왔다고 본다. 그런데 설마설마 했던 구제역 발생으로 돼지콜레라 박멸계획의 수행은 좀 시들해진 감도 없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무한경쟁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국제간의 흐름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전개될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여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 구제역은 곧 경제적 손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성질이 까다롭고 전파력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이 병이 발생한 농장은 물론 지역이나 발생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
소의 경우 이 병으로 인한 폐사율은 낮으나 발병 후에 발육장애, 운동장애, 비유장애 등으로 산업동물로서의 존재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아주 크다.

일단 이 병이 발생하면 발병 동물과 환축의 육류, 수포나 배설물에 오염된 물, 사료, 사람, 차량 등은 물론 환축의 호흡기로 배설된 바이러스에 의한 공기전파 등으로 빠르게 병이 전파되어 근절하기가 쉽지 않아 구제역 발생지역에서는 엄격하게 우제류 생축과 축산물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국제간 교역관례에 의하면 발생국으로부터는 수입을 금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우제류 동물 및 동 축산물의 수출은 중단된다. 소에만 구제역이 발생하였으나 일본에 돈육수출의 길이 하루아침에 중단되었었음을 바로 이러한 연유이다.

구제역의 발생이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대만의 경우 1997년 3월에 발생한 구제역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본에 돈육을 수출하던 양돈대국이 졸지에 한 점의 돈육도 수출하지 못하고 양돈의 기반자체가 붕괴되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돼지콜레라도 그렇고 구제역도 왔으니 수출은 포기하고 내수위주의 양돈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 현실적이 아니냐는 안일한 생각을 하다가는 더욱 어려움을 당할 것이 환하게 보이므로 우리는 국내에 침입한 구제역을 조속한 시일내에 박멸하고 떳떳하게 우리 축산을 본 궤도에 진입시켜야 한다.

# 초동방역 여부 '성패' 가른다
국내에서 문제된 구제역은 젖소와 한우에 발생하고 있으나 감염우에서 분리한 바이러스는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와 미국 프럼아일레드 연구소에서 감염시험결과 돼지에 더 쉽게 감염발병할 뿐만아니라 심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음으로 양돈농가에서는 이 병의 침입을 막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돼지가 구제역에 감염되면 소보다 약 1000~3000배의 바이러스를 호흡기로 배출하기 때문에 발병농장의 돼지가 순식간에 전염되며 우리 나라의 양돈특성상 양돈단지나 양돈밀집지역에서는 이웃농가에 쉽게 전파되어 폭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대만의 경우 초동방역에 실패하여 발생 2개월만에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던 사실을 교훈삼아야 한다. 구제역 발생시 성공적인 방역은 발생초기에 신속하고 강력한 초동방역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다.

파주의 경우 초동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축주의 신속한 신고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구제역 발생 신고건 중에도 진료수의사에 의해 임상증상이 초기에 관찰되어 신고된 것도 있었다. 긴급방역은 신속하고도 강력한 현장방역이며 신속한 조기신고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의심나는 돼지의 신고를 하도록 해야 한다.

# 주변국 상존 유입가능성 커
구제역 바이러스는 자연상태에서 6개월 이상 생존할 수 있으므로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재발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 대만, 러시아, 몽골 및 동남아시아 지역 등 우리 나라 주변국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고 이들 발생국과의 인적 물적 교류가 빈번해서 구제역 유입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이 어려운 주변 환경속에서 구제역 조기종식과 확산을 방지하고 재유입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은 철저한 국가방역과 국민들의 방역의식 고취와 실천이다.

구제역바이러스는 병든 가축의 이동이 가장 문제됨으로 돼지의 입식을 철저히 관리하여야 한다.

외부 출입인이나 도축장 출하차량이나 사료차량 등의 통제를 철저히 하여 내 농장을 지키고 이웃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마음으로 방역위생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 돼지콜레라도 잊지 말아야
구제역 파동으로 양돈농가는 물론 방역당국도 돼지콜레라박멸사업에 쏟던 열기가 시들해진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스럽다. 우리가 왜 돼지콜레라를 박멸할려고 하였는가는 이미 널리 홍보되어 모든 양돈농가에서는 익히 알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

구제역이 와도 돼지농가에는 별 문제가 없고 그렇게도 수출길이 막히면 우리 양돈은 살아날 길이 없다고 했는데 구제역이 발생하자마자 일본에 수출하던 것이 일시에 중단되어도 돈가는 잘 유지되고 있으니 내수용 양돈으로 전환하는 것이 오히려 뱃속이 편하다고 하는 사양가도 더러 있는 것 같다.

만약 우리가 구제역 근절에 실패하여 구제역 발생국가의 오명을 씻지 못하고 돼지콜레라의 박멸도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일본에 수출길이 막히게 되므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내수용으로 소비촉진을 하면 돈가를 유지할 수 있어 양돈을 할 만하다고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일면에서는 옳다는 생각이 든다.

# 청정화-수입개방 '방패'
그러나 좀더 깊이 유추해보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해답이 곧 나온다.

구제역과 돼지콜레라가 근절되지 않으면 구제역과 돼지콜레라가 발생하고 있는 국가로부터의 돈육수입을 막는 방패막이가 없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값싼 돼지고기와 연변의 한우고기의 수입을 무었으로 막을 수 있을는지?
필리핀이나 태국 등지에서 몰려올 것이 예상되는 돼지고기의 수입은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을는지?

농림부에서 이들 나라로부터의 육류수입을 현재처럼 원천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안전변이 구제역이었는데 이것을 잃으면 어떻게 될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중국에서 물밀 듯 수입되어온 농산물 특히 금년에 문제된 마늘수입으로 입은 의성 마늘농가의 한숨보다 더한 탄식을 우리 양돈농가가 중국의 돼지고기 때문에 할 날도 있을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해야할 때다. 이런 이유때문에 우리는 돼지콜레라와 구제역을 같이 박멸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우리 다같이 이 2가지 악성전염병을 몰아내는데 힘을 모우고 더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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