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지도자경기도연합회 강대인회장

7월 1일부터 7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각 시·군 회장님들과 농업기술원 직원, 총 27명이 연해주농장을 다녀왔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도착해 보니 공항은 듣던 바와는 달리 매우 초라했다. 전에는 감히 생각치도 못한 러시아땅에 발을 들여놓는다고 생각하니 설레임과 긴장이 교차되었다.

우수리로 가는 동안 산은 보이지 않고 끝없는 평원으로만 이뤄진 것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이따금씩 길을 오가는 차들은 우리나라의 중고차보다도 못했으며, 꽃이나 우유, 그리고 감자 등을 길에다 내다놓고 파는 행색이 초라한 주민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우리 일행은 잡목숲이 군데군데 이어진 끝없는 평원을 2시간 가까이 달린 끝에 우수리에 도착했다.

우수리의 음식은 향이 진해서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았고 맥주도 쓴맛과 향이 강하고 독하여 거의 대부분이 남겼다. 나중에 동행한 고려인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1인당 약 5천원 가량되는 식사라고 한다. 나온 음식에 비해서는 싸게 느껴졌다.

연해주에서는 생수를 사서 먹었는데 물맛이 우리나라의 약수같은 미네랄 워터(탄산수)만 있어 러시아에 체류하는 동안 모두들 물이 맞지 않아 고생을 했다. 더군다나 물건 파는 상점도 별로 없었고 화폐는 루블화만 통용되어 우리가 미리 바꿔간 달러는 거의 쓰지를 못했다.
그날밤 우리 일행이 투숙한 호텔(연해주일대의 거의 모든 호텔)은 시설이 우리나라 여관보다도 못했고 그나마 객실이 모자라 두 군데로 나누어 투숙을 했다. 그나마 한 군데는 샤워시설도 없어 땀에 젖은 몸을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농촌지도자회 농장으로 향해 2시간 가량 버스로 이동하는 도중에 작물들이 심겨진 농장과 목장들이 간간이 눈에 들어왔다. 러시아 가이드 말로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농장이라고 하는데 트렉터로 파종만 하고는 거의 가꾸지 않은 채 그대로 수확한다고 했다. 보리, 밀, 그밖에 잘 모르는 작물들이 심겨져 있었는데 품종 탓인지 키들이 매우 작았다.

드디어 농장에 도착하니 체르니콥브카 군수와 농장장,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반겼다. 체르니콥브카군의 면적은 4만6천ha이고, 해발 70∼80m 사이의 완만한 평탄지로서 연 강수량은 600mm정도이며, 7월 평균기온은 21℃내외라고 군수와 농장장은 설명했다.

개략적인 현황설명이 끝난 후 우리는 농장견학에 나섰다. 날씨가 매우 더웠음에도 버스에는 냉방장치가 없어 모두들 힘들어했다.

중앙연합회에서 계약한 농지에는 콩이 약 50ha, 벼가 약 50ha, 그리고 밀과 보리 등이 약 2ha정도 심어져 있었다.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보았던 농장들보다는 비교적 관리상태가 양호했다.

그러나 금년에는 가뭄이 심하여 콩의 성장이 느리고 토지가 바싹 말라있었는데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내 생각에는 지하수나 인접 수로의 물을 이용하면 해결될 것 같았으나 경제적 여건상 힘든 것 같았다. 군수말로는 한국에서 투자를 빨리 할수록 자기들도 일을 빨리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또한 투자만 해준다면 투자된 금액은 군수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미심쩍어 했던 시·군 연합회장들의 마음이 농장현장을 보고 난 다음에는 다소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았다.

농장탐방을 마치고 버스로 이동하면서 나는 개발되지 않은 이 넓은 평원을 보면서 민간차원이 아닌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다 계획적이고 조직인 개발을 하면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내가 알기로는 80년대 남미에 농장을 구입하여 농업어민 정책을 추진하였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 연해주지방은 지리적으로도 우리나라와 가깝고(더우기 통일되면 바로 인접지역이 아닌가?), 기후가 한국보다 겨울이 춤고 길어서 그렇지 서로 비슷하고, 또한 토질도 양호하여 정부가 기반시설(전기, 수도, 상가 등)만 지원하여 주거타운이 조성되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무한한 농지와 수자원이 풍부한 연해주지방을 보고 나서 나는 러시아의 풍부한 자원에 부러움을 느꼈으며 우리도 좁은 땅과 부족한 자원만 탓할 것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양질의 인적·물적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이 넓은 평원을 적극 개발한다면 우리도 머지않아 부국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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