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도자용인시연합회 이 희 순 회장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을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착륙하자 한눈에 보이는 것은 광활한 대지였다. 그 넓고 넓은 대지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으니 개발의 여지를 크게 느끼는 마음이야말로 한이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리 농촌지도자회에서 임대 농사를 하고 있는 우수리스크 바지옵프카 현지까지 오면서 차창으로 내다보았다.

장장 여섯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이건만 그 넓은 들에 인적은 찾아볼 수 없고 콩밭 매는 기계만이 몇 대 먼지를 풍기며 김을 매는 것을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아마도 대륙적인 국토를 소유하다보니 많은 면적을 다룰 수 있는 농기계는 개발되었어도 다수확을 할 수 있는 영농기술과 그 자원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러기에 허다한 면적이 초지였으며, 심겨진 작목도 밀, 콩, 감자가 대부분이고 수도작은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체르니콥브카 군수의 안내로 우리 농촌지도자회 간판이 붙어 있는 농장에 도착해 보니 그곳에 심겨진 작목 또한 콩이었다.

우리의 재배법과는 달리 골골마다 둔덕에 심겨 있어서 밭매기 할 때에도 기계로 한꺼번에 여러 골을 밭가는 식으로 매가고 있었다.

작황은 그런 대로 괜찮으나 비가 오지 않아 가물어 보였다. 물을 델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곳이 있어 보여 왜 물을 대지 않는가 질문을 하니 토질이 '고운 재' 같아서 물을 대면 텀벙 빠지기 때문에 콩에는 좋지 않다고 했다.

또 한가지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김매기를 쟁기로 매는 형식이다 보니 콩 사이로 잡초가 같이 자라고 있어 수확량이 감소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제초작업과 스프링클러 장치로 적절한 수분공급을 하여 가뭄을 해소한다면 상당한 수확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지 군수의 설명내용을 간추려보면 군수가 모든 책임을 담당한 가운데 이 농장이 운영되고 있으나 우리 농촌지도자회의 참여도 미진을 지적하면서 과감한 투자와 기술이 동원된다면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본인도 공감하는 바이다.

중국 국경을 넘어보니 그 가능성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국경에 접해 있는 땅의 기후와 풍토는 별로 다를 바 없는데도 농사기술은 너무나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내가 92년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비닐하우스 재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는데 지금은 대대적으로 비닐하우스 재배를 여타한 작물에 관계없이 고소득화 하고 있었으며, 조선족이 사는 곳에는 반드시 수도작이 수반되어 쌀 농사를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연해주 농업개발에 대한 성공여부는 얼마만큼 관심을 갖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하는냐 달려있다고 생각하면서 연해주 농업개발의 의미를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하나는 식량을 무기화 할만큼의 험한 시대가 올 것을 대비해,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많은 량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나라는 이 국제농법을 개발하여 식량난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연해주는 우리 고려인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가난에서 벗어나 잘 살 수 있는 길을 앞당겨 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얼마나 부지런한 민족인가! 과거 보릿고개의 가난을 퇴치한 녹색혁명, 백색혁명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농업의 발전을 이룬 민족이다. 중국이 바로 이 전초를 밟아 조선족의 경제가 날로 앞서가고 있음을 확인했으니, 이 흐름이 확산되어 러시아 연해주의 우리 민족에게도 잘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면 그들도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는다.

연길은 지금 조선족 자치구로 비록 중국 영토에 들지만 그들의 삶은 우리 문화 속에서 우리 방송을 자유롭게 접하고 있다. 이 얼마나 흐뭇한 일인가!

이제는 하나같이 모든 나라가 다국민이 살 수 있는 국가관보다는 민족관을 우선하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 연해주의 우리 민족은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농촌지도자 전국회원들은 이 큰 뜻을 다같이 동감하면서 함께 연해주 농업개발에 참여하여 이 시대에 걸맞은 국제농법으로 선구자적인 농촌지도자가 되길 바라며 이것이 우리들만의 몫이 아닌 국가의 중책이 되어 범국민적으로 그 뜻과 노력이 확산되어 나가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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