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정 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양국간의 무역이 급증하고 경제교류가 활성화되는 등 양국은 상호 중요한 경제파트너로 등장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경제문제를 떠나 정치·외교적으로도 전통 우방 못지 않은 우의를 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한·중간의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양국이 경제발전을 계속해 나가면서 더욱 심화되어 양국 모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마늘에 대한 산업피해구제 조치에 대응하여 중국이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에 대해 수입중단이라는 보복조치를 단행함으로써 한·중간의 장기적인 협력관계 마저 손상될까 걱정된다.

그런데 아직 최종합의에는 이르지 못하였지만 한국이 중국산마늘 3만 2천톤 가량을 낮은 세율로 수입기회를 보장한다는 방식으로 통상마찰이 해소될 기미를 보임에 따라 일견 다행스럽다고도 여겨지나 저율관세를 통한 중국산 마늘 수입확대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여 국내 생산농가의 피해가 우려된다.

더욱이 수입급증으로 인한 실질적인 마늘 생산농가 피해 축소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국제규범에 근거하여 결정한 산업피해구제조치와 관련하여 국내적으로 나타났던 일부 비판적 의견은 매우 유감스럽다.

예를 들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한 마늘수입에 대해 무분별하게 긴급관세를 부과함으로서 한·중간의 통상마찰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일부의 주장은 적절치 못한 비판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산업피해구제제도는 GATT(1947)협정 제 19조에 기반을 두고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제도로서 특정 상품의 수입급증으로 인한 수입국내의 산업피해를 방지 또는 구제를 위해 필요한 정도 및 기간동안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WTO 관련 규정에 의하면 이 제도는 특정상품의 수입이 국내생산에 비해 절대적 혹은 상대적으로 증가함으로써 동종 혹은 직접 경쟁적인 상품을 생산하는 국내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거나 또는 야기할 우려가 있을 경우에 해당 산업에 취할 수 있는 합법적 대응조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국제법적 근거에 입각하여 지난해 마늘 수입 급증으로 인한 생산농가의 우려할 만한 피해가 발생하여 생산자를 대표한 농협중앙회가 수입마늘에 대한 산업피해조사를 무역위원회에 신청한 이후부터 우리나라 정부는 비록 중국이 아직 WTO의 정식 회원국이 아니었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WTO가 규정한 절차에 따라 통보와 협의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다.

이외에도 최종적으로 마늘 수입증가로 인한 국내산업피해 긍정 판정이 결정된 이후 중국측이 마늘 구제조치와 관련된 양자 협의를 요청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2차에 걸쳐 한·중간 양자협의가 서울과 북경을 오가며 개최되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일종의 보상 차원에서 여타 중국산 농산물의 대한국 시장접근기회를 실질적으로 늘려주기 위한 방안으로 중국산 옥수수, 참깨 등의 수입확대와 현행 조정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으나, 중국측은 우리의 긴급피해조치로 인한 중국내 마늘 생산농가의 피해를 이유로 우리의 제안을 수용치 않음으로써 양자간 협의는 결렬되었다.

중국은 한국의 마늘에 대한 산업피해구제가 자의적인 대응이라고 비판하였지만 이러한 조치는 준 사법적 독립기구인 무역위원회가 WTO규정에 입각하여 내린 결정이며 이러한 추진과정은 WTO와 중국측에도 단계적으로 통보된 바 있다.

특히, 중국이 한국의 마늘에 대한 산업피해구제조치와 긴급관세 부과를 차별적인 보호무역조치라 간주하고 보복조치의 일환으로서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에 대해 일방적으로 수입중단 조치를 내린 것은 WTO 가입 예정국으로서 지켜야할 원칙과 절차마저 무시한 조치라 판단된다.

중국이 보복조치를 단행하면서 사전에 협의도 없었고, 고율관세 부과조치도 생략했고, 보복조치의 대상도 농산물이 아닌 공산품을 선택했고, 보복금액의 규모도 50배 이상에 달하는 품목을 선정한 것은 국제통상관례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부적절한 대응이었다고 판단된다.

금번 수입마늘에 부과된 긴급관세조치로 야기된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부터 얻을 수 있는 정책적 교훈은 우선 국내적으로 산업피해구제조치는 준 사법적 독립기관인 대한민국 무역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며 WTO규정과 절차를 충실히 따른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정당한 조치라는 인식과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다.

대외적으로는 이해당사국간에 비이성적인 처사로 상호 감정을 상하기보다는 사안별로 대화를 통해 분쟁이 해결되도록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WTO 체제하에서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분쟁에서 상대국의 비이성적 행동에 대해선 과감한 경고를 보내고 흔들림 없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의 통상분쟁에서 요구된다.

향후 이러한 무역분쟁이 다시 발생 할 때는 가급적 원칙론에 입각하여 의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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