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을 위주로 한 육종과 과학영농이 실효를 거두어 식량증산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 이러한 노력이 없었더라면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치 못해 엄청난 사회적 재앙이 닥쳤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증산위주의 농법이 수십년 간 지속됨으로 인해 우리의 땅은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생산성 저하는 물론 더 이상 작물을 재배하기 어려운 토양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다한 유기질(축분)을 토양에 시비함으로서 토양오염도는 더욱 높아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이지면을 통해 토양환경 악화와 생산성 하락이 문제가 되니 농법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일반론을 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환경문제 뿐만 아니고 농업경제적인 측면에서 농업의 전환이 필요함을 말하고자 합니다.

 소비자로부터 우리농산물은 외면을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반지르르 윤기가 나고 향기가 그윽한 쌀밥을 먹어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길 향기가 밥에서 사라졌습니다. 아삭아삭하고 사르르 녹는 듯한 과일들의 옛 맛을 찾아 보기 힘듭니다.

그리고 소비자의 거의 대부분은 농약에 대한 과민반응이 있어 과일을 사서 먹되 많이 먹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생산물의 질과 맛의 하락 그리고 안전성의 문제로 우리는 정말 중요한 우리의 소비자를 잃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밥과 과일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인스턴트식품의 범람에서 오는 결과라고 막연히 넘길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맛이 없는 밥을 먹을리 없고 씹기 어려운 과일을 좋아할리 없습니다.
 미래의 주소비층이 될 어린이들이 우리 농산물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 앞으로 10여년 후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이야 말로 한국농업에 재앙입니다.
농산물 유통이 국제적으로 완전히 개방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제 변두리 과일상회에서 조차도 쉽게 수입과일을 살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른이고 아이들 할 것 없이 델몬트산 메론과 페루산 포도를 즐겨 먹는 실정입니다. 먹는 사람들마다 당도가 그렇게 뛰어난 과일을 먹어 본 적이 없다고 극찬을 할 정도 입니다.

어린이들도 국산 귤은 외면해도 메론은 서로 먹으려 안달을 합니다.
 수입농산물의 농약공포심을 조장해서 소비를 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합니다.

이미 벽은 허물어져 이제 소비자의 요구에 의해 상점에서는 수입과일을 취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소비자는 그 맛을 기억하고 원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특히 아이들이 우리의 밥과 과일을 외면하는 이유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우리 안에서 찾아야만 해결의 실마리도 생기게 됩니다.

 사과값은 이미 바닥을 기고 있고 배 값마저 폭락을 했습니다. 배 값이 떨어졌지만 소비는 늘지 않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배를 외면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생산물의 맛과 질을 회복시키기 위해 농법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환경문제의 절박함 만큼 우리 농민은 소비자를 잃고 있다는 절박감에서 새로운 농업으로의 전환은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것입니다.

 맛과 질을 국제적인 수준까지 회복시킬 수 있는 농업이 한국 농업의 지표가 되어야 합니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한 농법으로 맛과 질을 회복시킬 수 있을 까요.

아무도 자신있게 그렇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증산만을 염두에 둔 농법이 오히려 이젠 증산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농법이 되었고 맛과 질을 형편없이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경제적 가치로 모든 것이 통용되는 이 사회, 환경농업을 하면 농업경제에 도움보다는 해가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환경농업을 과다육성하면 오히려 기존의 환경농업을 하는 농민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 나름대로의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산물을 배를 채우는 식량정도로 인식한다면 생산량의 과소로 농업경제의 파장을 말하는 것은 옳겠지요. 그러나 농산물은 소비자의 민감한 기호로 선택되는 상품입니다.

 친환경농업을 환경차원에서 필요한 농업이란 고정관념을 버리고 생산물의 상품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선택임을 새롭게 인식해야 합니다. 이제 친환경농업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라도 국가적인 선택이 되어야 합니다.

 소비자의 기호는 국경이 없습니다. 이제 소비자의 선택은 국제적인 비교와 판단의 결과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기호 속에 살아 남는 한국의 농산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한 대안이 관행농업 안에 있습니까? 관행농업만으로 맛과 질을 끌어올릴 대안이 있습니까?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농업, 그 유일한 대안은 친환경농업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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