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외국농산물의 수입, 농촌인력의 부족 등 갈수록 농촌의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가 증가됨에 따라 ‘제2의 새마을운동’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역에서 일고 있다. 1970년대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로 농촌의 근대화 및 경제적 성장에 일익을 담당한 새마을운동. 농촌여성들로서 새마을운동의 주체적 역할을 담당해 온 새마을부녀회중앙연합회. 올 초 제14대 새마을부녀회중앙연합회장에 취임한 이정은(66) 회장을 만나 앞으로의 운영계획과 ‘제2의 새마을운동’을 위한 추진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제14대 새마을부녀회중앙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했는데 소감 한 말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책임감이 크다. 새마을운동은 지금 매우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전의 발판을 만드느냐 아니면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밀려나느냐하는 시점에 와있다.

36년 역사를 가진 새마을운동은 그 동안 우리나라 근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 새마을운동은 시류에 맞지 않는 퇴보적인 운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체제를 정당화하는데 이용됐다는 여론이 불거져 나오면서 새마을운동조직육성법 폐지 법안이 일부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으며 시민단체의 새마을운동 특혜시비 지적 등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새마을부녀회가 일어서야 한다고 본다.
임기 3년 동안 새마을운동중앙회 안에서 새마을부녀회의 위상을 높여 ‘제2의 새마을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와 함께 성숙한 국민의식을 키워낼 수 있는 진취적인 운동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새마을부녀회중앙연합회가 걸어온 길과 올 한해 활동계획은 무엇인지?
▶전국에 230만 회원을 거느린 새마을부녀회는 새마을정신을 바탕으로 건전한 가정을 육성하고 지역봉사활동을 통해 밝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1970년 초 생활개선구락부로 시작된 새마을부녀회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가꾸기 운동’ 제창에 의해 마을단위 새마을부녀회가 조직됐고 1980년에 사단법인 새마을부녀회중앙연합회가 창설됐다. 새마을부녀회는 읍·면·동, 시·군·구, 도, 중앙까지 전국적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으며 새마을운동이 범국민운동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230만 회원이 노력하고 있다.

1970년대 이미 여성농업인의 힘으로 농촌을 개선하는데 노력한 새마을부녀회중앙연합회는 올해 사업 기본방향을 ▲성숙한 의식과 도덕성을 갖춘 국민정신 함양 ▲지역,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애향·애국운동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랑공동체 구현 ▲함께 잘사는 지구촌 활동 전개 등으로 정했다. 주요사업으로는 ‘사랑의 며느리봉사대’를 통해 노인 섬기기에 앞장서고, 사랑의 집 고쳐주기 등을 통해 지역이웃과 함께 하는 새마을부녀회가 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새마을지도자 전산관리시스템을 운영해 중앙회와 전국단위 조직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정책수행의 효율성을 기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선조직 순회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소리를 적극 수렴하고, 우수 지도자 등을 표창할 예정이다.

과거 농촌활동의 주축이었던 새마을부녀회원 대부분이 고령화돼 활동이 축소됐다는 의견이 있다. 어려운 시기에 직면한 새마을부녀회의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새마을부녀회는 지난 2002년부터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2003년부터는 지도자급 임원의 임기를 제한, 고령화됐던 지도자를 모두 교체했다. 과거 정부의 지원으로 회원운영 및 봉사활동이 이뤄졌지만 사단법인으로 출범하면서 회원들로부터 회비를 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재활용비누 판매 등을 통해 운영비 일부를 조달하고 있다. 타 여성농업인단체에 비해 회원이 전체적으로 고령이기는 하지만 아파트부녀회원 및 도시부녀회원 가입 등 신규회원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전국 시·도·군별로 회관을 마련해 지역부녀회가 자립돼 있으며, 농촌과 도시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 초 열린 ‘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한 국민 대 토론회’에서 새마을운동에 대한 교과서 왜곡문제가 제기돼 박정희 정부의 유신체제를 정당화하는데 이용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새마을운동은 잘살기 위한 목적으로 출발됐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던 1970년대 우리 농촌은 너무나 가난해 보릿고개를 넘기 힘들었다. 그 무렵 농촌의 인구는 전체 국민의 70%를 차지해 농촌의 개혁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때에 새마을운동이 태어나게 됐고 1차적으로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위주의 잘살기 운동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새마을운동의 가시적 성과는 유신체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한 결과를 초래했다.

과거 새마을운동은 대통령부터 일선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행정조직이 깊이 관여돼 있었다. 행정조직은 그 성격상 결정-시행-보고 등의 절차와 일사불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획일적인 사업계획에 따른 실적 위주의 사업관행이 문제가 된 것이다. 교과서 왜곡문제의 주요 논점은 실적 위주의 사업관행이 장기적 배려 없이 환경을 파괴해버리거나 근대화란 이름 아래 민족 고유의 전통문화를 폄하하고 폐기해 버렸다는데 있다. 하지만 공동체 스스로의 의향을 우선하고 공동체의 힘에 의지한다는 자력발전의 새마을운동원칙은 과거 농촌경제의 활성화에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새마을운동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행정조직의 실적사업으로 변질된 부분은 있으나 과거 농촌경제에 일익을 담당한 부분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새마을지원특별법이 정권에 의해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여론이 대두되면서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에 어떠한 견해는?

▶새마을조직은 그 동안 수많은 업적과 성과를 가지고 있음에도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더불어 관변단체라는 이름 하에 공로는 희석되고 행동은 제약받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새마을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삶을 지키고 가꿔보겠다는 마을 전체의 의지와 자발적인 노력이다. 정부가 도와준다면 어느 정도 큰 힘이 되기는 하겠지만, 도와줄 힘도 관심도 없는 정부도 있고, 힘은 있으나 관심이 미치지 않는 정부도있으며, 정부 자체가 혼란에 빠져 있는 어려운 경우도 있다. 또 정부가 도와주는 경우라도 자신들의 처지와 희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며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자칫 공동체의 발전을 방해하거나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다.

새마을부녀회는 선거에서의 중립과 정부와의 건전한 파트너십으로 진정한 봉사를 실천하며 기존의 사업을 더욱 내실있게 발전시켜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현재 개발도상국 및 중국에선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을 모델삼아 21C 신 농촌운동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추진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말해달라.

▶한국의 근대화에 새마을운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외국인들의 관심이 새마을운동에 쏠리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새마을운동은 우리나라의 태권도, 김치처럼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이미 중국과 필리핀은 새마을운동을 지역사회 개발모델로 삼고 있으며, 베트남과 러시아연해주는 최근 새마을운동중앙회와 교류하며 개발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마을부녀회 역시 베트남에 의료물품과 생필품, 학용품 지원 등 농촌 근대화와 지역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새마을부녀회원과 베트남 여성간의 우호를 증진시켜 새마을운동의 이해도를 높이고 중국과 스리랑카 등에 새마을운동을 전파해 국가 이미지제고에 많은 기여를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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