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로 빚는 엿은 우리 선조들의 군것질 간식으로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전북 익산시 황등면 용산리의 ‘용산찹쌀엿’은 구전 민요 ‘엿장수타령’에서 두 번째 꼽는 진상용 엿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울긋불긋 대추엿, 해멸(전북 익산시 함열읍을 가리킴) 용산에 찹쌀엿, 만주 벌판에 수수엿, 강원도 금강산 도토리엿, 울릉도 호박엿 헐찍 헐찍이 잘나간다…’ ‘용산찹쌀엿’은 ‘엿장수타령’에 올라 있을 정도로 옛부터 유명세가 있었던 것이다.

용산찹쌀엿은 좋은 땅에서 생산된 맛있는 쌀과 맑은 물, 좋은 솜씨 등 삼합(三合)이 어우러져 빚어진 명품 엿으로 명망을 받아 왔다. 이 엿은 일본인에게도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일찍이 용산마을 60여 호 전 농가는 이 엿을 만들어 전국에 보급해왔다. 그러나 최근엔 엿을 만드는 농가가 30여 호로 줄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마을에도 주민 대부분이 60세 이상의 고령으로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엿 만드는 일이 고돼 일손을 놓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익산농업기술센터는 엿 만들기를 농촌여성일감갖기사업으로 채택해 용산찹쌀엿의 맥 잇기에 노력하고 있다.



◆ 전통엿 일감갖기사업으로 맥이어
2004년 이 마을에 사는 김정순(60)씨는 도비 3천만원과 자비 1천만원을 투입해 용산찹쌀엿 제조에 뛰어들었다. 전통의 솜씨를 잇고 쌀 소비를 촉진시켜 부가소득을 일구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김씨는 ‘샘물식품’이란 간판을 걸고 엿과 조청 등을 생산했다.

김씨는 2천만원을 들여 20여평의 작업장을 짓고 2천만원을 더 투입, 석유버너로 고들밥을 찌는 증기밥솥을 설치했다. 이어 고들밥을 삭히는 당화솥과 착즙기, 조림솥 등 기계 설비를 갖췄다. 이 설비로 종래 수작업에 의존했던 공정을 기계화로 전환해 품을 대폭 줄이게 됐다.

◆ 엿기름·찹쌀·깨 등 원자재 자급
찹쌀엿 제조과정에서 처음 공을 들이는 부분이 엿기름을 만드는 공정이다. 보리를 12시간 물에 담가 온돌방에 3∼4일 둬 1cm의 싹을 틔운다. 이를 햇볕에 바짝 말려 손으로 비벼 뿌리를 떨어낸 뒤 절구에 빻아 엿기름을 준비한다.

다음은 찹쌀을 물에 12시간 담갔다가 건져 증기밥솥에서 1시간 동안 쪄 고들밥을 만든다.
이 고들밥에 엿기름과 물을 넣고 당화솥에서 10시간을 삭힌다.
삭힌 다음 착즙기로 1시간 압축하면 당화된 끈적한 물이 남는다. 이 당화물을 조림솥에 담아 조린다. 5시간을 조리면 조청보다 굳은 엿이 된다.
이때 엿 맛내는 고명으로 참깨, 검정깨, 생강가루를 넣고 서로 들러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볶은 콩가루를 바른다. 이 고명으로 용산찹쌀엿은 비로소 제 맛을 낸다.

이 엿을 둘이서 잡아당기면 엿가락이 되고 이 엿가락을 다시 밤톨 크기로 잘라 포장에 담으면 상품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엿은 다른 엿과 달리 입에 잘 붙지 않고 뒷맛이 개운하다.
완성된 제품은 1kg에 1만원, 500g짜리는 5,000원에 판매된다.

◆ 겨울내내 찹쌀 60가마분 엿 제조
용산찹쌀엿은 임금님 진상용으로 쓰였기 때문에 일찍부터 고객들의 수요가 많았다. 군산 전주 목포 대구 인천 서울 등 단골고객도 전국에 널리 퍼져 있다. 이 엿은 기침과 가래를 삭히는데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나 한약방에서 약재로도 많이 찾는다.
용산찹쌀엿은 벼농사를 마친 11월부터 2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제조·생산된다. 한여름 온도가 높으면 엿이 녹아 손에 붙어 작업이 안 되기 때문이다.

겨울 한 철 이 공장에선 80kg짜리 찹쌀 60가마를 사용해 엿을 만든다. 여기에 엿기름은 5kg을 쓴다.
음력 명절 성수기에는 작업인부 5∼6명이 동원된다. 명절 전후에는 하루 150만원 이상 매출이 는다. 엿 제조가 벼 전업농가의 맞춤부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샘물식품 김정순 대표는 현재 1만평의 벼농사를 짓는다. 찰벼와 보리재배로 엿 원자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찰벼 80kg짜리 60가마로 엿을 만들면 7천만원의 조수입을 얻는다고 한다.
원료비와 인건비를 제하면 2,800여만원의 순소득을 얻는 것으로 김 대표는 추정하고 있다.

◆ 벼농사에 맞먹는 부업으로 성장
외국쌀이 수입되면서 쌀값이 하락하고 있다. 정부의 추곡수매제 폐지로 벼농사를 걱정하던 김씨는 엿 제조로 부업소득을 얻었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김씨의 남편도 주문받은 엿을 우체국 택배로 배송하면서 불평 한마디 없이 김씨를 도와주고 있다.

샘물식품의 용산찹쌀엿은 전화와 인터넷 전자상거래 등으로 판매되고 있다. 물론 공장에서 직접 팔기도 한다. 최근 TV에 용산찹쌀엿이 소개되면서 입소문이 난 덕분인지 음력 명절 이후 매일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김정순 대표는 용산찹쌀엿 사업이 남편의 벼농사와 맞먹는 훌륭한 맞벌이로 당당하게 성장할 희망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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