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이 아닌 서울시 회장이 농가주부모임중앙회장이 된 것은 놀라운 일 아닌가? 이는 지역 회장님들의 선견지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올해로 농가주부모임중앙회 임기를 마감하는 최성희 회장은 감회가 남다르다. 6년의 시간이 모자랄 만큼 아직도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최 회장. 임기 마지막 해인 올 한해 최성희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사업계획과, 그 동안 농가주부회원의 대변인으로,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사업가로서 느낀 여성농업인의 역할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농촌생활 후 인생 180도 바뀌어”
1980년 결혼과 함께 시작된 농촌생활은 도시 처녀였던 최 회장의 인생을 180도 바꿔 놓았다.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농장(지금의 대원농장)에서 남편 김대원씨와 함께 26년간 농사를 지어온 최 회장은 “남들은 어떻게 도시여성이 농촌에서 이렇게 기반을 잡고 적응을 잘했냐 묻는데, 사실 적응이랄 것도 없었다. 식구들이 눈뜨면 바로 식사하고 밭에 나가 쉬는 시간 없이 일을 해 그런 식구들을 따라 살다보니 어느새 농촌여성이 다 돼 있더라”며 여성농업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을 털어놓았다.

최 회장은 1993년 농사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농가주부모임회에 가입해 96년 2월 서울시 농가주부모임 회장직과 중앙회 부회장의 자리를 맡게 됐고, 2000년 농가주부모임중앙회장이란 중책에 앉게 됐다.

“여성농업인 권익신장사업에 주력”
“농가주부모임은 현재 6만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며 회원 대부분이 40∼50대다. 농촌의 주역으로서 한 가정의 주부로서 자부심을 갖고 국민의 생명창고인 농촌을 가꾸고 있다. 더불어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하며,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최 회장은 말한다.

매년 ‘사랑의 손잡기 김장 김치 대축제’를 개최해 지역의 독거노인 및 소년소녀가장에게 김치를 전달하고 있는 농가주부모임은 올 한해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여성농업인의 권익신장사업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여성농업인의 지위인정이다. 갈수록 농촌에서 여성농업인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역할에 비해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여성농업인의 지위와 권익을 인정해줄 때 비로소 농촌이 발전할 수 있는 길임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올 초 여성농업인 권리 찾기 선언식 및 1인 1통장 갖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 농가주부모임회는 지속적으로 전문 여성농업인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여성농업인 권익신장사업과 더불어 최 회장은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농업인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 농가주부회원이 그들의 어머니가 되어 한국의 문화를 가르쳐 주도록 할 것”이라면서 “도시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와 농촌의 총각을 연결시켜 결혼에 이르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려운 농촌…여성의 역할 중요”
“예전에는 힘든 농사일이 농업의 전부였기에 힘이 세고 기술이 있는 남성들이 주로 농업을 담당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농업이 농사뿐만 아니라 판매, 홍보, 전략, 전문성 등 복합적인 영농경영으로 변화되고 있다. 여성농업인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의 현실에 여성농업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10년 뒤엔 당당한 지위 누릴 것”
“먼 미래가 아닌 불과 10년 뒤 이 나라의 부자는 땅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라며 “현재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졌다고 한숨쉬고 있는 농업인들이 결국 당당한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최 회장은 말한다. 더불어 “정보화 시대에 신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수출하는 것만이 애국자는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이 나라 국토를 지키고 보존하는 농토의 주인인 농업인이야 말로 진정한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임기가 끝나도 지속적으로 여성농업인을 위한 사업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며 농촌의 여성농업인과 주말농장의 도시 주부회원과의 교류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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