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부부애로 일군 기적의 토양

26년간 무농약 재배로 친환경 유기농 상추를 생산하고 있는 이용헌(62)·윤영숙(59)씨 부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련의 시간이 있었지만 36년간의 애틋한 부부애가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 그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 첫눈에 반한 운명의 상대
나주시 남평이 고향인 저는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도시 처녀였습니다. 워낙 품성이 얌전하고 순해 집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저는 동네 총각들에게도 인기 많았습니다. 17살부터 전남의 한 방직회사에 재봉사로 일하던 저는 23살 되던 해 선배의 소개로 남편 이용헌씨를 만나게 됐습니다.

훤칠한 외모와 맘씨 착한 남편에게 첫눈에 반한 저는 이 사람이 정말 운명의 상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결혼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결혼했을 당시 남편이 광주에 있는 출판사를 다니고 있어 그곳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신혼 초 저희 부부는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애틋한 정으로 마냥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첫째 아이를 낳고 연이어 둘째를 임신하고부터는 살림살이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워낙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던 남편은 출판사, 한방, 전자제품대리점 등 이것저것 사업에 손을 댔지만 불행하게도 사업운은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저희 부부는 광주에서의 터전을 정리하고 이곳 장성군 장산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 “토양을 살려야” 남편의 의욕
사촌오빠의 소개로 이곳 장산리에서 시설하우스 농사를 시작하게 된 저희 부부는 둘 다 농사꾼 출신이 아니라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선 어떤 작물을 재배해야 하는지, 또 재배시 어떻게 작물을 관리해야 하는지 등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에 남편은 장성군농업기술센터와 교육장을 다니며 기술을 습득했고 첫 작목으로 양배추와 대파로 농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 시작한 농사치고는 그리 손해를 보진 않았지만 소득이 적어 계속해서 재배하기에는 무리가 따랐습니다. 결국 다른 작물로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한방을 공부했던 남편은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재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친환경 유기농은 무농약 재배라 일반 농사보다 어려움이 클 것이라 예상했지만 남편의 강력한 도전의욕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은 유기농법으로 재배 시 무농약도 중요하지만 토양을 살려 그곳에서 농산물을 재배해야 자연 그대로의 생산물을 얻을 수 있다며 토양 살리기에 매달렸습니다.

토양에 좋다는 맥반석, 굴껍질 등을 사용해 미생물 제재를 만들고, 10여종이 넘는 각종 생선 과 물을 함께 넣고 끓여 생선아미노산을 만들었습니다. 이 생선아미노산은 냄새가 고약해 살충 시 견디기가 너무나 힘들었지만 자연 그대로의 숙성방법으로 살충한 결과 각종 해충들이 없어졌고, 지렁이와 두꺼비·청개구리 등이 살 정도로 토양이 깨끗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이 토양에서 생산된 토마토와 딸기는 기존의 재배법으로 생산하는 것보다 당도와 신선도가 배로 높았습니다. 하지만 동물들로 인한 외형의 흠집은 품질저하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판매에 걸림돌이 됐습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유기농산물이지만 외형상 보기 좋지 않았던 탓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고, 공판장에서도 저희 농산물은 제값을 받기 힘들었습니다.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해 많이 힘들고 맘고생이 심했지만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온다는 남편의 믿음이 있었기에 전 견딜 수 있었습니다.

◆ 적상추로 전환…시장서 품질 인정
토마토와 딸기재배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저희 부부는 고심 끝에 적상추로 작목을 바꿨습니다. 적상추는 일반상추에 비해 무농약 재배 시 외형적 손상이 덜해 큰 손실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수확량도 노력한 만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토양에서 자란 상추를 묘판 그대로 일일이 옮기는 등 손 가는 일이 너무나 많았고, 열 바구니를 따면 세 바구니는 버려야 되는 상황도 자주 발생했습니다.
수확한 적상추의 판매·유통 또한 문제였습니다. 다행히 마을 교회 봉사단체인 한마음공동체에서 구입해 그나마 숨통이 트였습니다.

2004년 1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저희 부부는 친환경농산물 취급업체인 ‘두리농원’과 적상추 납품을 체결하게 됐습니다.
철따라 납품되는 양은 다르지만 평균 500∼900박스를 납품하게 됐고, 연간 7천만∼8천만원의 소득을 얻게 됐습니다. 살아 숨쉬는 토양에서 자란 적상추는 맛이 좋고 쉽게 무르지 않아 품질 좋은 상추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기적의 토양을 경험한 남편은 농약업체인 (주)에이스 코리아에 생선아미노산 제조공법을 전수하며 친환경 미생물농약제 개발을 권유, 1998년 마침내 MS생선아미노산제품이 생산됐습니다. 또 전남대 농대의 김희경 박사의 권유로 숯과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제제를 처음으로 시범사용한 결과 그 효과가 좋아 현재까지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 무농약 인증과 친환경제제 개발로 현재 한국MS연구소 농민연구회장직을 맡고 있는 남편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더불어 저희 부부는 토양 되살리며 몸에 좋은 농산물을 재배하는 보람 역시 큽니다.

◆ 든든한 남편과 믿음직스런 아들들
저희 부부는 건장한 아들 다섯을 뒀습니다. 36살인 첫째 아들은 크게 사업을 하며, 착한 며느리, 귀여운 손녀와 함께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둘째 아들(34)은 공부중이며, 셋째 아들(32)은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셋째 역시 장가를 가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넷째(30)는 일산 군부대에서 중위로 근무하는 듬직한 군인이며, 막내(28)는 원예학과에 다니는 대학생입니다. 다섯 아이 아무탈 없이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줘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특히 막내는 싫은 내색없이 집안일을 열심히 도와줘 저희 부부 듬직하답니다.

저희 부부는 앞으로 1,600∼1,800평의 부지에 하우스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며, 매월 1,500박스의 적상추를 납품할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친환경 유기농 재배 시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돼 유통에도 힘쓸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부부는 우리 농산물, 우리 토양을 지키는데 남은 여생을 보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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