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군 강외면 동평2리 오송식품 김 정 숙씨

외국산 쌀의 국내 수입이 눈앞에 닥쳤다. 수입쌀 들어오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벼 재배농가의 생계는 크게 위협받을 것은 자명하다. 그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묘안을 찾는데 특단의 지혜와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그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복합경영, 다모작 전천후 농업, 관광농업, 전자상거래, 농산물가공 등을 통한 부가소득 창출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다각도로 검토하고 접근하지 않으면 벼 재배농가의 생계유지는 힘들다고 본다. 가족들의 합심과 협력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에 농촌주부들은 일감갖기사업 등을 통해 농외소득 창출에 주력해야할 것이다. 여기 일감갖기사업으로 맞벌이 기반을 일군 농촌주부의 사례를 찾아 소개해 본다.【편집자 주】



◆ 농업기술센터 제의 주저없이 수락
냉장고가 없던 시절, 우리 옛 선조들은 음식을 오래 저장할 수 있으며 맛과 건강을 모두 갖춘 저장식품 개발에 비범한 지혜를 발휘했다. 그 역작의 백미가 바로 된장, 고추장, 간장 등 발효식품이다. 이 발효식품에 각종 채소를 발효식품에 담그거나 박아 넣어 미묘한 맛을 베어내게 한 것이 장아찌이다.

여름날 시원한 냉수에 밥을 말아 고춧가루, 다진마늘,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오물조물 무쳐낸 장아찌와 함께 먹으면 맛있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또 장국을 먹으며 집어먹는 장아찌의 맛 역시 별미다.

이 장아찌 제조를 일감갖기사업으로 연계해 소득을 얻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충북 청원군 강외면 동평2리에서 오송식품이란 간판을 걸고 장아찌를 생산·판매해 농외소득을 올리는 김정숙씨.

그는 2003년 청원군농업기술센터로부터 군비 1천820만원을 보조받고 자비 780만원을 보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곳 창원군 강외면 동평리는 무·오이·고추 등 시설채소의 주산지다. 김씨는 전통 저장식품의 맥을 잇고 이 지역의 주산품인 채소를 이용해 장아찌로 가공하면 부업으로 승산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청원군농업기술센터 측의 제의를 서슴없이 받아들였다. 공장건물 20평에 냉장고, 가스시설, 싱크대, 상품 포장기 등으로 그의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 아직은 부업 수준…전업체제 준비
오성식품의 주요 제품은 오이와 참외장아찌다. 오이장아찌는 8월에 생산되는 여름오이를 고추장에 버무려 2개월간 숙성시켜 판매하고 있다. 오이장아찌는 오이 3∼4개들이 300g을 단위 포장해 세트 당 2,000원에 팔고 있다.

다음 해 7월에는 끝물의 참외를 구입해 역시 고추장에 버무려 2개월간 숙성시킨다. 참외 1개를 두 쪽으로 갈라 4∼5쪽을 300g단위 한 세트로 포장해 역시 2,000원에 팔고 있다.
“이 가격은 시세에 한참 못 미치는 헐값”이라고 말하는 김씨는 “오이장아찌가 참외장아찌보다 맛이 더 좋고 고객도 더 많다”고 말한다.

김씨는 생산물량을 늘리고 무장아찌를 추가 생산해 청주, 청원 관내에 국한된 상권에서 벗어나 서울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기회에 부업에서 전업체제로 아예 전환, 벼농사를 추월하는 소득을 올리기 위해 전의(?)를 다지고 있다.

◆ 3개월간 장아찌 제맛내기 몰두
김씨는 2003년 이 사업을 착수하면서 장아찌 만드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관련서적과 인터넷을 찾아봤지만 자세한 내용이 없어 기술을 습득하는데 고생이 많았다고.

또 장아찌 만드는 장인을 찾아 전국을 헤맸으나 매번 노하우 전수를 거절당해 배울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혼자 오이, 참외를 가지고 실습과 실패를 거듭하기를 3개월여.

재료가 무르고 간이 제대로 배지 않아 제 맛을 살리지 못하기를 3개월. 그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상품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맛을 찾아낸 것이다.

◆ 각종 행사에 발품홍보로 판로개척
하지만 막상 제품이 나온 뒤에는 또 한번 난관에 부딪혔다. 제 맛내기에만 매달린 탓에 판로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김씨는 관내 기관·단체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시식용으로 장아찌를 내놓았다. 체육관과 학원 등의 교육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시식용 장아찌를 선보였다.

여기저기 홍보용 시식제품을 내놓으면서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의 장아찌를 먹어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장아찌를 찾는 사람들이 한둘씩 늘어났다. 출하·판매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현재 관내 대형음식점 20개 업소가 오송식품의 단골이 됐으며, 일반가정에서도 찾고 있다고 한다. 참외가 4톤 트럭 한 대분, 오이는 그보다도 더 많이 들여와 가공해 팔고 있다고 했다.

오송식품의 장아찌 작업은 보통 7∼8월 여름에 이뤄지며 단계별로 2∼3일 집중적으로 작업을 한다. 한 여름 90여일을 장아찌 제조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 기간에 김씨는 인부 3∼4명을 두고 2∼3일 일한 뒤 잠시 쉬고 다시 담는 작업공정을 되풀이한다.

김씨의 장아찌가 만들어지는 이 90여일 동안 들어가는 재료비와 인건비 빼고 나면 약 500만원 내외의 수입을 얻는다. 노력에 비하면 소득이 미미하다고 김씨는 부끄러워했다.
김씨는 지난 3년의 사업을 한 단계 뛰어넘는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로의 진출이 바로 그것이다.

무장아찌까지 추가로 생산해 서울상권으로 진출, 판매가격을 시세와 비슷하게 가져간다면 남편이 하고 있는 벼농사 소득을 상회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재 김씨는 삼남매를 다 키워 분가시키고 부군과 단촐하게 살고 있다. 재산증식에 한 몫 할 결의를 단단히 다지고 있는 김씨의 꿈이 실현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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