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의 역할과 농업노동참여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으나 이들이 ‘농업인’으로서의 법적인 지위를 획득하지 못해 정책의 실질적인 수혜를 받을 길이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현행 농업·농촌기본법시행규칙 등을 정비해 여성의 ‘농업인’ 증명절차를 개선하는 한편 ‘가족경영협약’ 같은 새로운 관련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촌진흥청 농촌생활연구소가 개최, 지난 4일에 열린 ‘여성농업인의 법적 지위 인정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 이 연구소 여성복지연구실 김경미 박사는 “대부분 여성농업인들은 연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데 이를 증명하기가 마땅치 않아 실제로는 ‘농업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농업·농촌기본법에 따르면 ‘농업인’은 △1천 제곱미터(약 300평) 이상의 농지를 경작하거나 △농업경영을 통한 농산물 연간 판매액이 100만원 이상인 자 또는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로 규정되어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농업인들이 이 규정에 따라 ‘농업인’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으나 문제는 이를 증명할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것.

농지경작의 경우 등기권리증(소유명의)으로, 연간판매액은 농산물판매대금 거래증명(통장명의)으로 증명이 가능한데 90일 종사에 대한 증명방법은 이 기본법 시행규칙에도 명시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개 여성농업인들은 ‘농업인’임을 증명하기 어렵다.

농촌생활연구소 조사결과, 현행법령 기준(제3조)에 따라 ‘농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성은 93.3%에 이르나 실제로 농지소유 또는 농산물거래를 입증할만한 통장을 갖고 있는 여성은 11%에 불과해 나머지 여성농업인은 가사종사자로 간주되는 형편이다.

김 박사는 “여성농업인들은 생산수단과 주요생산영역에서 배제되고 수익배분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데다 법적 지위마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여성농업인의 경제력 확보, 정책의 실질적인 수혜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이어 ▲‘농업인’에 대한 정의를 개선하되 누락된 증명절차나 규정을 보완하고 ▲농가에서 가족간 경영협약을 체결하도록 해 여성농업인의 지위를 인정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연구소 최윤지 박사는 이날 노동가치 평가결과를 발표, 여성농업인의 월소득은 총합적 대체비용법을 적용할 경우 100만∼130만원이며 전문가 대체비용법 적용시 월 110만원, 기회비용법에 따르면 114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 ‘가족경영협약’이란?

이 협약은 여성뿐만 아니라 가족구성원이 동등하게 농업경영에 참여케 하고 노동에 따른 보수, 휴가, 경영승계와 같은 농업취업에 관련된 조건을 정비하기 위해 가족끼리 대화를 통해 합의한 결과를 공식화·문서화한 것.

이 협약의 경우 당사자가 서명 날인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농업관련단체의 장 혹은 농업인조직의 대표가 참관인으로 날인하는 형식을 취하도록 권하고 있다.

전통적 가족농업은 가장의 권위를 기반으로 의사결정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는 변화하는 사회에서 농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농업기반을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합리적 의사결정과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이 제도 도입이 고려되고 있다.

‘가족경영협정’은 유럽과 같이, 여성이 농업에 종사하는 형태에 따라 지위를 인정하는 한편 파트너십 경영으로 농가의 경영상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일본에서 도입한 방법.

일본에서는 협약농가를 법인격을 갖춘 가족단위 경영체로 인정하고 여러 제도와 연계해 세금감면, 사회보장과 각종 보험혜택 확대 등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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