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한국농업의 당당한 주인공”

여성농업인센터 탄생하기까지
농림부가 지난 1998년 기획관리실 안에 여성정책담당관실을 설치한 뒤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정책이 선을 보였다. 여성농업인센터(이하 여농센터) 운영사업은 이미 농가도우미제도, 모자농업인자녀 학자금 지원, 후계여성농업인 육성사업 등과 더불어 농촌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농림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4곳, 올해 새로 14곳 여농센터 운영사업자 선정작업을 마쳤다. 올해 광역시와 특별시를 제외한 전국 9도에 2곳씩 모두 18곳 운영사업자가 선정됨으로써 이 여농센터 운영사업이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춰간다고 볼 수 있다.
농림부 여성농업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여농센터는 여성농업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해 고충상담, 보육, 문화교양강좌 등을 중점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농센터에서 하는 일들
여농센터는 필수사업으로 유아보육, 학생공부방, 여성농업인 고충상담, 교양·교육 등을 두고 지역에 따라 건강관리실 운영 등 선택사업을 벌이고 있다.

▲ 유아보육과 학생공부방
여성농업인들이 영농주체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 농업생산노동과 가사노동을 함께 하는 데다 자녀를 키우고 교육하는 일까지 도맡아 해야 하는 농촌현실이 ‘멍에’를 덧씌운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농번기에는 농업인 자녀들이 마땅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남 나주 여성농업인 박모 씨는 “바쁘게 일할 때는 아이들 보살피는 일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일하면서도 아이들을 머릿속에 떠올리지만 어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여농센터 운영자들이나 예비운영자들은 하나같이 이 보육사업과 방과후 학생지도사업을 가장 긴요한 사업으로 꼽는다. 경기 여주 여성농업인 김모 씨는 “농업인 자녀 보육과 공부방 활동은 여농센터 설립과 운영에 있어 주춧돌 같은 것”이라 강조하고 “이 사업이 제대로 돼야 여성농업인들이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고 농업생산활동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고충상담과 교양·교육활동
한명숙 여성부장관이 지난달 21일 안동여농센터에 들러 운영실태를 둘러본 뒤 경북지역 여성농업인들과 얘기를 나눴다. 경북지역 여성농업인대표들은 이날 봇물 터뜨리듯 많은 바람을 쏟아냈다. 이 ‘만남의 자리’가 끝난 뒤 한 여성농업인은 “얘기를 하다보니 여성으로서, 농업인으로서 ‘자아실현’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성농업인들은 고부간 갈등, 남편과의 갈등, 가족문제, 가정폭력과 성폭력, 자녀지도 등에 대해 상담을 하고 싶어도 마땅히 찾을 곳이 없는 처지다.
이런 현실이기에 여성농업인들은 여농센터가 운영하는 여성농업인상담실과 전문교육, 생활교양강좌 등에 큰 기대를 건다. 충북 영동의 한 여성농업인은 “전문상담도 필요하지만 여농센터에 모여 같은 처지에 있는 여성농업인끼리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성과와 과제… 그냥 맡기고 말 것인가?
여농센터가 앞으로 농촌에서, 여성농업인들에게 얼마나 큰 존재가 될지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농센터가 지난 1년간 벌인 사업과 그 반향이 자못 크다는 점을 되짚어보면 그 기능과 발전이 여성농업인 지위 향상과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동여농센터 박인옥 소장은 “여농센터는 분명히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바람이다. 이를 여성농업인들만의 문제나 활동이라 오해하고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두지 않는다면 이 땅 여성들의, 농업인들의 질곡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농업인들은 “적은 예산을 들여 이만큼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정부사업도 없을 것”이라며 “여농센터 자립기반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지원 확대는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센터 운영자들은 “여성농업인들이 센터 운영에 더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많은 여성농업인들이 활동에 동참할 수 있게 문을 활짝 열어놓는 한편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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