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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은 예부터 자기 집 식구만을 위해 떡을 만들지는 않았다.

천지신명과 조상께 올리고, 또 이웃·친척간에 서로 나눠먹기 위해 많은 양의 떡을 하는 여유를 보여왔던 것이다. 우리말에 "반기를 나누어 도르다”라는 말이 있고, 혹은 반기살이”란 말이 있는데, 잔치집에서 손님들이 돌아갈 때 음식을 싸서 보내는 이런 풍속에서도 떡이 없는 반기살이는 생가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떡은 나누어 먹는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또 “남의 떡에 설 쇤다”“얻은 떡이 두레 반이다”라는 속담에서도 우리 떡문화의 한 단면을 엿볼 수가 있다.

재료배합이 합리적인 떡
떡은 말하자면 “별식”이다. 따라서 명절이나 잔치 같은 특별한 때에는 떡이 음식의 왕이지만 언제나 밥처럼 일상식으로 떡을 먹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서 일년에 여러차례의 명절과 생일, 그리고 제사나 잔치때 꼭 떡을 만들어 고른 영양소를 보충하고 맛으로 즐기는 합리적인 식품으로 발달시킨 것이다.

우리의 떡은 일반적으로 만들 때의 재료배합이 매우 합리적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가장 보편적이고 토속성이 짙다는 무시루떡을 예로 들더라도 주재료인 멥쌀에 부족한 비타민 B₁과 단백질을 고물인 팥이 보충해주고 있으며, 역시 멥쌀에서는 찾기 어려운 비타민 C를 부재료인 무가 보충해 주고 있다. 팥에 많이 함유돼 있는 비타민 B₁은 체내에 흡수된 당질을 연소시키는 작용을 하고, 무에도 디아스타아제 같은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 무시루떡의 주재료인 멥쌀이 소화되는 것을 도와준다. 이렇게 무시루떡은 이중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최상의 재료로 배합된 셈이다.

약이 되는 떡
우리음식은 옛부터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조리법으로 발달해 왔다. 떡도 예외는 아니어서 건강유지에 특히 도움을 주는 떡이 적잖게 개발돼 전해지고 있는데, 이것을 흔히 '약떡'이라 부른다.
먼저 '구선왕도고'라는 떡은 설사·허리통증 등에 효과가 있는 연육과, 강장제인 산약, 담
증·부증에 좋은 백복령, 항암작용을 하는 이의인, 소화와 입맛 돋구는 작용을 하는 맥아, 기타 백변두, 능인, 시상 등 약리작용이 큰 한약재들을 혼합해 만든 떡으로 몸에 이로울 것임은 말할 것도 없으며, 예전에는 구선왕도고를 바싹 말려 가루로 만들었다가 이유식이나 환자식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그 밖에 쑥이 많이 나는 3∼4월 만들어 위장에 좋은 제주도의 쑥떡과 뇌출혈·고혈압 등에 효험이 있는 전라도의 구기자화전, 가을 구기자를 따서 만들어 간 보호와 동맥경화증에 좋은 구기자약떡 등이 약떡의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렇듯 몸에 이로운 약재를 이용해 일찍부터 떡을 만들어 평상시에 먹어왔다는 것은 선조들의 대단한 지혜요, 우리 떡 문화의 한 특징을 말해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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