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나물의 왕은 두릅이라고들 합니다. 집이 산기슭에 있는지라 밭 주위에 두릅나무가 꽤 있습니다. 두릅나무는 그 새순을 피우기 전까지는 볼품없이 마르고 죽은 나무줄기 같고 드문드문 가시까지 있어 보기에는 별로입니다.작년에는 양력으로 4월15일경부터 두릅새순을 채취하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윤달의 영향인지 4월이 다 가는데도 새순이 나온 두릅은 손에 꼽을 정도고
본격적인 농사철이 왔습니다만 이번 5월은 해도 해도 정말 너무한 것 같습니다. 워낙 봄 가뭄이 있긴 하지만 금년처럼 비 한 방울 안 내린 적은 없었는데 말입니다. 장기예보를 봐도 비가 올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소식뿐이니 뭔들 해볼 수 있겠습니까. 심어놓은 고구마와 고추, 몇 포기지만 토마토와 삼채, 그리고 오이모종들은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지 않으면
살고 있는 이곳은 명색만 시(市)지 실상은 편의시설 하나 없는 산골 오지나 마찬가집니다. 그 흔해빠진 편의점을 이용하고 싶어도 적어도 6km 이상 차를 타고 나가야 되니 웬만한 건 스스로 해결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처음 이 골짜기로 들어왔을 때는 낯선 사람들이나 풍광들이 어색하고 동떨어져 보여 주위를 찬찬히 살펴 볼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
사람이 편하고자 하면 그 끝이 없는 듯합니다. 보구레를 이용해 온전히 사람의 힘만으로 밭을 갈아도 별로 힘들다고 여기지는 않았는데 세월이 가니 꾀가 나고 쉽게 처리하고 싶어집니다. 집에 있는 경운기는 사용하기가 겁나는 물건이라 수소문해 트랙터를 가지고 있는 이에게 밭을 갈아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트랙터는 경운기와는 달리 고가의 장비라 밭을 갈아주는 비용도
얼떨결에 마을대표로 선임된 고압선주변 지원 사업에 관한 활동은 그럭저럭 필요 서류를 갖춰 한전에 제출하고는 종결이 된 듯싶었습니다. 일이란 게 늘 그렇듯 한 번에 종결되는 법이 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부담이 커집니다. 작년 9월 느닷없이 날아온 공문서로 시작된 고압송전탑과의 불안한 동거는 그저 집사람과 저만이 갖고 있는 거부감이지, 다른 이들이야 전기요
지난해 11월 농업기술센터까지 일부러 나가 퇴비와 씨감자를 신청했었는데 씨감자는 느닷없이 2월에 배정이 돼 설을 쇠느라 서울 딸네 집에 간 제게 빨리 돈 내고 찾아가라는 통장의 독촉 전화가 빗발쳐 예정보다 빨리 동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뜻한 남쪽지방이야 3월 중순이면 감자를 파종할 수 있지만, 이곳은 산간이라 3월 말이나 4월 초에나 가능한데다
겨울이 오면 난방도 문제지만 씻는 일이 힘듭니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 일까지는 보일러 온수를 이용해 약간 춥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해결을 할 수 있지만, 목욕을 하는 일은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본채에 덧붙여 시멘트 블록으로 지은 화장실 겸 보일러실은 한겨울에는 겨우 영상을 유지할 뿐이어서 사실 볼일 보는 일도 편안치가 않은데 하물며 여기서 샤워
모든 게 얼어붙은 날입니다. 골짜기 맨 끝 성질 고약한 늙은이 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도 차디찬 공기에 얼어버린 듯 움직임이 없습니다. 늦은 밤까지 부엌난로를 때긴 하지만 새벽에 눈을 뜨면 방안은 등이 서늘할 만큼 춥습니다. 커튼을 들추고 밖을 내다보니 칼날 같은 서리들이 겨울 근위병인양 온 대지를 뒤덮어 그 시퍼런 서슬에 놀라 그만 자리를 털고 일어서
사람도 동물도 겨울은 참 혹독한 계절입니다. 서해 쪽과 중부지방은 잦은 눈으로 고생이 심한데 이곳 영동지방은 벌써 3개월째 눈은 고사하고 비 한 방울도 내리지 않고 있어 가뭄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TV일기예보에서는 연일 건조경보는 물론 대형 산불의 위험까지도 경고하고 있어 관련기관은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이 겨울 화목난로에 땔 나무를 구하려면 산에 올라야
간이상수도 공사가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집수탱크가 기울어져 통수를 못한 채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던 공사가 갑자기 급진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울어진 집수탱크를 철거하고 새로이 터를 잡아 그 탱크를 옮기는 공사가 시작된 겁니다. 조용한 산골짜기가 다시 포클레인의 굉음과 공사하는 이들의 부산히 움직이는 소리로 가득합니다.나중에 안 일이긴 합니다만 최초
집사람은 오래전부터 유기농식품에 관심이 많아 가능하면 특정매장을 가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인터넷으로 주문해 일주일에 한 번 오는 배달을 이용해 필요한 식품을 구입합니다.사실 도시의 팍팍한 삶 속에서 유난을 떤다고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저로서는 그저 그런가보다 라는 식으로 방관을 하는 편이었습니다. 이곳으로 주거를 옮겨 맨 처음 검색한 것이 이 조합
물처럼 흔하지만 또 그만큼 귀한 것은 없을 듯싶습니다. 벌써 이곳에서 3번째 겨울을 맞이하면서 해마다 물로 인한 고통이 더 심해지는 건 너무나 물의 소중함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하기야 도회지 아파트에서야 물로 인한 불편함이라는 건 애당초 생각지도 않았으니 다 자초한 일인 긴 합니다. 처음 이 곳을 둘러볼 때 뒤편에 있는 샘물이 눈에 확 들어와 ‘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세월은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처마 밑까지 차오른 눈 더미를 치우느라 포클레인까지 불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또다시 찬바람 부는 계절로 돌아오니 말입니다.시골집은 겨울나기가 정말 힘듭니다. 벌써 세 번째 겨울을 맞이해야 하지만 언제나 이 계절이 다가오면 걱정이 많아집니다. 보일러용 석유도 충분히 사 둬야 되고, 부엌난방용 땔감도 구해
농사꾼에게 날씨만큼 사람 애간장을 태우는 변수는 없을 겁니다. 비가 안 와도 걱정이고, 또 너무 와도 걱정이니 가을걷이가 끝날 때까지는 도통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이곳 영동지방은 벌써 몇 년째 농사가 시작되는 봄철은 영락없이 가뭄이 들고, 근근이 지은 농작물을 거둬야 할 가을철에 느닷없이 한 사나흘 줄기차게 비가 내리니 농작물을 말리기가 여간 어렵지
북평 5일장은 전국에서 그 규모가 크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한 장입니다. 매월 끝자리가 3일과 8일이 되는 날 열리는 북평장은 자동차와 사람이 얽혀 장이 서는 날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4차선 중앙도로가는 빼곡히 들어선 장꾼들의 천막으로 가득 차 겨우 남은 차선으로 시내버스와 화물차만이 힘겹게 왕래해도 상가주인이나 장
집으로 올라오는 입구 밤나무 등거리에 매달아 놓은 우편함에 꽂히는 건 거의 카드사 청구서나 관공서 고지서 따위가 대부분입니다. 9월 중순 무렵 한국전력으로부터 날아온 사각 대 봉투에 담긴 우편물로 인해 경관을 바라보는 눈마저 바뀌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봉투를 뜯는 순간 밀양송전탑이나 청도송전탑 건설문제는 그저 시끄럽고 골치 아픈 남의 일이 아니고 이젠 내
농사철이 시작되면 밭을 가는 일이 제일 먼저 할 일입니다. 한여름 내내 풀과 씨름하던 밭에는 잡초의 제왕인 바랭이가 마른 줄기를 땅에 박고 있어 밭가는 일을 힘들게 만듭니다. 이럴 때 경운기만큼 유용하게 사용되는 농기계는 없습니다. 다양한 부속기구를 이용해 못하는 일이 없을 정도니 바랭이 따위는 걸림돌이 되질 못합니다.살고 있는 집에는 아주 오래된 경운기가
잘 닦아 반짝반짝 빛나는 검정색 구두를 신으면 왠지 발도 편안한 느낌이 드는 건 도시에서의 삶이 대부분 이 구두와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시골로 살림을 옮겨올 때 많은 구두를 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예의를 갖춰 양복을 입어야 할 때를 대비해 상태가 아직은 괜찮은 두 켤레의 구두는 고이 모시고 왔습니다. 세상 살다보면 피치 못할 행사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라 신
도시에서의 직장생활은 감색양복에 흰색 와이셔츠와 졸라맨 넥타이로 대변됩니다. 마지막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긴팔 와이셔츠를 입고 벗고 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습니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필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파트 재활용 의류함에 던져버렸던 셔츠가 당장 필요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습니다.한여름 아무 생각 없이 반팔 티셔
얼치기 농부가 제일 힘든 일은 심어놓은 작물이 벌레나 병에 의해 맥없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겁니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집사람이 드나들면서 수확하기 편하도록 보루콜리, 양배추, 가지, 약간의 고추 모종 등을 심고 풀도 수시로 뽑고 퇴비도 넉넉히 주어 기르고 있습니다만 언젠가부터 양배추와 보루콜리에 엄청난 양의 벌레들이 덤벼들어 잎을 갉아 먹는데 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