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됩니다. 저 같은 초보농사꾼이나 소규모 농지를 경작하는 이들이야 일손이 부족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만 농지 규모가 큰 이들은 봄철이나 수확기에 일손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산업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일손을 거들기는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은데다 일도 익숙지 않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일은 하늘이 도와줘야 가능하다지만, 그래도 역시 사람이 얼마만한 노력을 기울였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외국인노동자들이야 시키는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니 인건비가 비싸더라도 숙련된 내국인 일손이 더욱 필요한 게 당연한 겁니다. 그러나 남녀를 막론하고 농장주들이 바라는 숙련 일손을 구하는 일은 마치
제가 사는 이곳은 산골짜기라 늦은 봄까지도 가끔 폭설이 내리곤 합니다. 이러니 아래동네는 봄이라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니지만 이곳은 패딩점퍼를 입어야 되니 난방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구들 위에 기름보일러 배관을 한 탓에 구들에 불이 들지 않아도 수리는 엄두를 못 냅니다. 부탄가스난로는 방안 온도가 15도 아래로 내려갈 때나 잠깐 때는 용도지 장시간 때기는 어렵습니다. 이러니 부엌에 설치한 화목난로를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2시간 이상 피워야 그 열기로 방안이 18도 정도 유지가 됩니다. 벌써 네 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땔감 구하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작년에는 건너 할머니 댁 막내아들이 수고해준 덕에 무사히 겨울을 났지만 올해는 땔감 구하는 일이 더 어렵습니다. 겨울 내내 하루가 멀다 하
입춘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준비를 시작해야 될 시기가 됐다는 말이지요. 계절은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지만 골짜기의 봄은 그리 쉽게 다가오지 못합니다. 한번 얼어붙어 외부로 노출시킨 수도관공사로 겨우 연결된 수도가 밤새 충분히 물을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얼어붙어 버린 겁니다. 땅 밑과 땅위의 온도차가 심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밤새 내린 10여 센티의 눈이 관로를 더 냉각시켜 일이 이렇게 꼬여버린 겁니다. 참으로 민망한 노릇입니다. 몇 가구 되지도 않은 골짜기에 폐교를 이용해 커피 체험장을 운영하는 이와 저의 집만 또 얼어붙었으니 이 일을 어찌한단 말입니까. 개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경비가 만만치 않은지라 또다시 수도사업소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안하기도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정신이 번쩍 날 정도의 맹추위가 전국을 덮쳤습니다. 이미 일기예보에서 반복적으로 알려는 주고 있었지만 뭐 진짜 그런 추위가 올까 반신반의하면서 집을 비우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생겼습니다. 큰딸 내외가 집사람을 위해 부산구경을 하자며 며칠 전부터 계획을 세우더니 그 실행일이 하필이면 몇 십 년 만에 찾아오는 강력한 한파가 몰려온다고 예보된 날이었습니다.집사람이 유방암 수술을 받은 후로는 여기저기 아픈 곳이 더 많아져 수시로 한의원과 병원을 다녀야 합니다. 어차피 서울로 올라가 예약된 병원도 가야되고 여행도 갈 계획을 세웠으니 문단속과 함께 수도 동파를 예방하기 위해 부엌 수도를 물이 흐르게 약간 틀어놓고 출발했습니다. 이미 이곳에서 네 번째 겨울을 맞이하는 지라 평상시
아무리 몸부림 치고 피한다고 해봤자 피할 수 없는 게 나이입니다. 이곳으로 이주한 지도 벌써 만 3년이 넘었으니 세월이 그만큼 흐르기도 했지만 해가 갈수록 힘이 드는 건 당연히 나이 탓이련만 그래도 부정하고 싶은 건 또 다른 젊은 마음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백세시대의 도래로 나라에서도 법정 노인으로 인정하는 나이를 만 70세로 올릴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오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현행 제도가 존속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쨌든 올 12월 한국에서 노인으로 인정받는 나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자격을 갖췄고 수도권 지하철도 무임승차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지공거사(地空居士·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다니는 65세 이상의 노인이라는 뜻의 은어)가 된 겁니다. 하기야 여기 강원도에서야 지하철이
집에서 시내 볼 일을 보러 나가려면 구불구불한 산길 3km정도를 나와 동해항 입구까지 연결된 자동차전용도로 대략 7km 구간을 운전해야 됩니다. 산길이야 워낙 구불구불해 조심조심 핸들을 돌리지만 자동차전용도로는 왕복 4차선 도로에다 차량통행이 거의 없어 저절로 가속 페달을 밟게 됩니다. 낮에는 속도감을 즐기면서 달릴 수 있지만 밤이 문제입니다.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달리다가는 언제 튀어나올 지 알 수 없는 산짐승과 충돌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입니다.하기야 낮에도 도로에 선혈이 낭자할 때가 있고 더러는 아직 치우지 못한 동물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는 걸 볼 때는 마음이 편칠 않습니다. 고라니나 멧돼지는 덩치가 있는 지라 자칫 큰 교통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도심 주택가에도 멧돼
유전자조작이란 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주 무서운 행위입니다. 창조된 모든 생명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태어나 자라고 사멸하게 되는 게 원칙이건만 인간이 이런 규칙을 제멋대로 조작해서 입맛에 맞춰 신의 영역마저 침범하니 그 결과가 어떻게 될까 두려울 따름입니다.우리가 아무리 신경을 쓴다 해도 완전하게 GMO식품을 피할 수가 없는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늘 대하는 장류나 콩류, 과자, 채소, 각종 소스 등 공산품을 들여다보면 어딘가에 GMO재료가 혼합돼 있음에도 무심히 지나치고 있기 때문에 모르고 먹을 뿐입니다. 먹거리 X 파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모 종편에서 일전에 방송한 내용이 100퍼센트 옳다고 가정해서 바라보면 세상에 안심하고 먹을 거라곤 없어 보입니다. 유명하다는 초당두부도 국산 콩으로 제조하는 이가
참 하늘의 조화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한창 물이 필요할 때는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을 주더니 어렵사리 기나긴 날들을 넘어선 초겨울에 근 20일이 넘도록 하염없이 비가 내리니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한여름 장대비 마냥 쏟아 붓는 건 아니지만 안개비처럼 내리다가 이슬비가 됐다가, 다시 빗줄기가 굵어지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추적거리니 한창 말려야 할 곶감은 제풀에 썩어 꼭지가 떨어져 버리니 올해 곶감은 틀려 버렸습니다. 우리야 우리 먹을 것만 준비하면 그만이고 설사 못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상업적으로 곶감을 만들어 내다 팔아야 하는 이들의 가슴은 그야말로 새카맣게 타버릴 게 틀림없습니다. 하기야 건조기 속에 들어가 인공건조를 하면 좀 건지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해서는 상품 가치가 별로라니 보통 문제
도시에서는 습관적으로 담배를 빼 물었지만 농촌에서는 고된 일 중간 중간에 밭두렁에 앉아 담배 한가치 불을 붙여 한 모금 빠는 즐거움이야말로 그 무엇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제 나이 20세 무렵에 담배를 배워 60이 넘을 때까지 담배를 피웠으니 흡연력이 무려 40년이 넘은 셈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담배를 피우는 일은 그야말로 심심초로 시작했다 결국 헤어 나
도회지를 떠나 시골살이를 하려는 동기는 대부분 비슷비슷할 겁니다. 은퇴했거나 혹은 질병 등의 이유로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마음의 평온을 가지며 여생을 보내려는 욕구가 크기 때문이리라 여겨집니다. 물론 그중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농촌생활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작은 텃밭이나 가꾸면서 자연을 즐기는 여유로운 삶을 기대하게 됩니다.경제적 여유
날씨야 어떻든 간에 계절은 어김없이 제자리를 찾아 순환합니다. 가뭄이라고 난리 난리쳤지만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말았습니다. 저 혼자 태어나 저 혼자 자란 돌 들깨며 자소엽들도 열매를 맺고 잎이 누런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베어 말릴 때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지요. 농사철을 모르는 이들을 철부지라고 한다는데 우리 부부는 아마도 전형적인
이곳 생활도 어언 4년차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늘 움직이는 곳이 집과 집에 붙어있는 밭인지라 주위에서 뭘 심고 가꾸는지 찬찬히 들여다볼 기회가 많지도 않았고 또 큰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른 봄에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저마다 조금씩이나마 땅콩을 심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땅콩은 저도 좋아하고 집사람도 좋아하는 식품이지만 심어서 먹어보겠다는
남미가 원산지라는 달맞이꽃은 지천에 널린 잡초(?)입니다. 베어내고 뽑아내도 지칠 줄 모르고 이곳저곳에서 돋아나는 정말 귀찮은 존재입니다. 이놈들은 가만히 내버려두면 키가 얼마나 크는지 하늘 높은 줄 모를 정도입니다. 가을이 되면 저들이 마치 참깨라도 되는 양 씨방이 터지면서 온 사방에 씨를 흩날려 스스로의 영역을 넓히니 감당하기가 쉽질 않습니다. 거기다
지난 8월 초 농업기술센터에서 한통의 공문을 우편으로 받았습니다. 공문의 제목은 ‘2015년 FTA 피해보전제도(피해보전직불, 폐업지원)신청 안내’였습니다.2014년 FTA체결에 따른 농업인 피해를 지원해준다며 해당품목을 발효일 이전부터 생산.판매한 증빙이 가능한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보전직불대상 품목은 대두,
전형적 형태의 시골집은 난방은 물론 냉방도 어렵지만 가장 힘든 점은 집안으로 침입하는 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입니다. 콘크리트로 지하에 기초를 하지 않은 이상 쥐가 구멍을 파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건 시간문제이니까요. 지난여름 집을 두루 살펴 바깥벽 쪽에 조그만 구멍도 돌로 막고 시멘트로 마무리했건만 또다시 쥐가 집안으로 침입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정
농사로 잔뼈가 굵은 이들이야 농지욕심이 끝이 없겠지만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이들에게는 어떤 크기의 농지가 적당한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난제 중의 난제입니다. 도회지에서 책상머리만 지키다 갑자기 육체노동자로의 변신을 도모하는 일이 곤충의 우화만큼이나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저도 이곳에 자리 잡은 지도 벌써 만 3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처음 이곳을 계약
아무리 낯선 곳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익숙한 곳이 되고 맙니다. 익숙해진다는 건 곧 지역사회에서의 새로운 인간관계가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인간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각종 경조사에 얼굴도장을 찍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특히 시골생활에서 동네 경조사에 참석하는 일은 시골생활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의 갈림길일 수도 있습니다. 별것도 아
질경이까지 말라죽는 지독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습니다. 사람이 기르는 작물이야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그동안 땅속에서 움츠리면서 기회를 엿보던 온갖 잡초들도 이제 제 세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겨우겨우 숨이 붙어있던 고구마도 옥수수도 하룻밤 사이 훌쩍 큰 것처럼 느끼는 건 그저 비가 고맙기 때문일 겁니다. 뒷밭을 빌려 주로 고추농사를 짓던 이가 올해는 도라지
고구마는 집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거라 매년 얼마씩은 꼭 심는 작목입니다. 고구마모종을 심는 시기는 대략 어린이날 전후가 최적기지만 올해는 최악의 가뭄상태가 지속돼 5월 중순이 다 돼서야 호박고구마 한단과 황금고구마 두 단을 겨우 심을 수 있었습니다.그나마 이슬비라도 내리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하늘이야 인간의 욕심을 어디 염두에나 두겠습니까. 미리 멀칭을 해
까치는 반가운 손님을 상징하는 좋은 이미지에서 과실나무에 많은 피해를 주는 해조가 됐습니다. 반면 까마귀는 보기에는 음침하고 덩치가 커 별로 환영을 받지는 못했지만 농작물에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그런데 이 상식이 파괴되는 일이 제 밭에서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밭 아래쪽 가장자리에 커다란 양앵두 나무 두 그루가 있어 매년 새봄에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