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익산시 춘포면, 주민들이 하나둘 마을 한복판에 자리한 봄나루 작은 도서관으로 향한다. 삼삼오오 주민들이 모이면 도서관 교실은 분주해진다. 어떤 날엔 팔레트와 물감이, 어떤 날엔 원목과 끌이 책상을 채운다. 오순도순 담소 나누며 붓질하고, 톱질하니 어느새 뚝딱 작품 완성. 마을 주민들 얼굴에 보람 꽃이 피어난다. 몇 년 전만 해도 주민들 발길이 뜸했던 봄나루 작은 도서관. 이곳에선 2017년도부터 문화 기회가 적은 춘포면 주민들을 위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후 3년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희망재단 지원에 힘입어 미술
경상북도 의성군 안계면. 일찍이 불을 끈 가게들 사이로‘서의성 청소년창의센터’가 환하게 빛나고 있다. 안에서는 기타줄 튕기는 소리, 나무 사포질 소리가 들려온다. 안계면 주민들의 다채로운 여가생활이 그려지는 저녁이다. 그런데 과거 안계면에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조차 전무했다. 180도 달라진 안계면의 변화, 그 중심에는 공동체 활동에서 비롯된 학부모들의 연대가 있다. 의성군은 여느 농촌 지역처럼 아기 울음소리 한번 듣기 힘든 고령화 마을이다. 그렇다 보니 아동·청소년을 위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던 2019년, 서의성
충청북도 단양군, 꼬불꼬불 산길 끝자락에 위치한 산위의 마을. 외부 사람들이 드나들기 힘든 인적 드문 곳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매일 정겨운 웃음소리와 노랫가락이 가득하다. 마을 어르신들이 마을회관에 삼삼오오 모여 서로 사진을 찍거나, 신명난 풍물놀이 한바탕을 벌이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에게 공동체 모임은 고단하고 적적한 농촌생활의 단비이다. ‘산위의마을 영농조합법인’은 귀농·귀촌한 주민 13명과 토착민 7명, 총 20명으로 이뤄진 공동체이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시골마을에 활기가 띄기 시작한 건 지난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
교육의 3주체는 학생, 학교, 학부모다. 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까지 더해 4주체다. 마을과 어떻게 서로 공생하고 상생할 것인가 늘 고민한다. 또 다른 공동체 은빛청춘에서 어르신과 함께 컴퓨터교실을 진행하는 이유다.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푸른 논이 펼쳐진 마을 길옆 아이들의 기합소리가 가득하다. “이크~ 에크~ 합~.” 마을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방과후 수업이 한창이다.늘푸른자연학교는 도농 간의 교육격차를 줄이고 농산어촌 지역교육 활성화와 인재육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미래의 꿈나무들인 아이들에게 건강한 교육을 제공하는 비영
그림을 그리는 것이 미술교육의 전부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변화는 접하지 않아 다가가기 두려워하던 것을 이겨낸 것이다. 주체적인 입장에서 연습하고 표현하고 생각하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미술교육은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화순읍은 광주라는 큰 도시에 인접한 읍이다. 시골도 아니고 도시도 아닌 곳. 하지만 읍을 약간만 벗어나면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다산미술관은 개관한 지 20년 된 사립미술관이다. 설립 때부터 지역민과 생활에서 함께하는 미술관을 꿈꿨다. 일반 서민들이 미술에 쉽게 접근하
“10여년 봉사를 하니 알게 된 것이 있다. 타인을 위한 일이라 여겼지만 돌고 돌아 결국 나를 위한 일이란 것을 알게 됐다. 내 주위를 잘 살피고 가슴이 시키는 참 봉사를 하면 주변이 편안해지니 다시 내가 편안해진다. 농어촌희망재단 수업에서 배운 것도 나중에 동네 어르신들에게 가르쳐드릴 계획이다.” 상주면은 남해군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다. 가장 가까운 도심 남해읍과도 20여킬로미터 떨어져 있다.관광객은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지역이지만, 상주면에서 삶을 가꾸는 주민들에겐 문화적, 행정적인 혜택을 접
곡성은 산악지대로 관광 산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다. 평일에는 직장이나 밭으로 일하러 가고 주말이면 관광지에서 일한다. 농번기에도 농한기에도 아이돌봄이 쉽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희망재단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바쁜 농촌 부모들에겐 너무도 귀중한 자산이다. 이름 그대로 산과 계곡이 많은 고장 곡성. 전북의 임실, 순창, 남원을 지나는 섬진강을 품은 고장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니고 많은 이들이 몸과 마음을 쉬러 오는 곳이지만 많은 농촌 지역이 그러하듯 인구는 줄어간다. 지역을 살리려는 곡성은 관광 산업에 노력을 기
“여기에는 빨간 꽃을 붙이고 잎은 가만히 놓아야지. 꽃이 있으니 나비도 한 마리 있어야제. 이 다탁에 날아든 내 마음이 나비제. 이리 예쁜 것에 마음을 쏟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우리도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랍지라. 고향 마을 어르신도 함께하면 더 재미나겄제.” 전라북도 서남쪽 끝자락 고인돌과 선운사, 모양성이 있는 고장 전북 고창. 유명세에 비해 고창은 인구 6만 명이 되지 않는 작은 지역이다. 지리적으로도 전북의 제일 큰 도시 전주보다는 광주에 가깝다.들하담 전통문화연구소는 ‘들과 하늘을 담는다’는 이름을
엄마와 아이가 연신 대화를 나누며 라켓을 휘두른다. 아이와 함께 하니 즐겁기도 하고 대화가 많아져 좋다. 아이도 이날만큼은 방과후 수업이 끝나도 조금 더 놀자며 열심이다. 스쿨버스가 아니라 엄마와 손잡고 가는 하굣길도 그저 신나기만 한다. 가끔 시합을 해서 엄마를 이길 때면 그야말로 하늘을 붕붕 나는 기분이다. 내산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8명인 시골 학교다. 가장 가까운 도시는 부여, 차로 40분은 걸리는 거리에 있다. 자연스레 내산초등학교 아이들은 사교육을 모른다. 온전히 공교육과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후 수업이 전부다. 하지만 아
“내가 신나니 십 년은 젊어진 것 같아. 관절이 아파 나와서 하는 것 흉내라도 내니까 신나지. 마음이 즐거워. 평소 일하고 집에 들어앉으면 우두커니 있지. 내가 지금 나이에 어디 가서 이런 놀이를 해보겠어. 한평생을 이리 시집와 살았지만 이런 것은 평생 처음이여. 아주 신나.” 서울에서 한 시간, 여주에서 30분 거리지만 주록리의 계곡은 깊다. 원적산으로 둘러싸인 험한 산골 마을. 한국전쟁 때 강원도에서 피난 올 정도로 인적이 드문 깊은 산골 마을이다. 주록리는 사슴이 마을을 달렸던 곳이라는 뜻. 녹음 깊은 산속을 폴짝폴짝 달리는
“처음 할머니와 마주했을 때는 낯설고 의사소통도 어려웠다. 이제는 서로 편안하고 말도 잘 통한다. 노래도 불러드리고 책도 읽어드리고 할머니들은 우리가 오는 날이 기다려진다며 좋아하신다.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도 재밌지만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는 일은 마음을 뿌듯하게 만든다.” 한려수도 해상의 중심 도시 경남 사천. 4년 전 사천여고에 치매예방교육 방과후 수업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뇌를 자극하는 그림 그리기와 인지교육에 좋은 퍼즐 맞추기를 어른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미리 연습한다. 어른들에게 들려드릴 노래도 하고 함께 읽을 책도 미리
“우리가 뭔 낙이 있겄는가, 그전에는 가만있었지. 사는 것이 늘 똑같지. 마을회관은 일하다 더위 피해 이웃 할멈이랑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쉬는 곳인 줄만 알았지. 요즘은 아주 살맛이 나. 밭에서 일 보다가도 시간 되면 뛰어오니께. 그저 고맙지. 자손들도 가까이 살지 않아 이렇게 살뜰하진 않지. 우리한테는 선생님들이 참 고맙지.” 낭만도시 전라남도 여수 시내에서 차로 30분을 달려야 도착하는 작은 마을. 여수가 가까이 있고 소라면이 인근이지만 접근하기가 어렵다. 대중교통 버스도 1시간에 1대. 작은 집의 담과 담 사이 골목을 지나 아담
생태라는 것은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형태임을 아는 것이다. 사람이 이웃과 더불어 살듯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산다. 그것을 알면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된다. 그리고 생명의 귀함을 알려주는 가장 좋은 교육이 ‘생태교육’이다. 연한가지공동체는 전라남도 영광군 대마면의 아이들을 가장 중심에 두고 젊은이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동네 아이들이 함께 한다. 이주민과 청년, 폐교를 활용한 학습장, 교회로 크게 이루어졌다. 연한가지공동체에는 그룹홈(Group Home)이 함께 한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시설보호가 아
기타와 노래가 있는 오늘은 즐거운 날. 바빠도 일주일에 두 번 기타를 메고 센터로 향하는 걸음은 가볍다. 배우는 속도가 조금씩 다르지만 함께 화음을 쌓아가는 일은 즐겁기만 하다. 소리 내어 노래 한자락 선율에 얹으면 웃음이 교실 한가득이다. 강원도 양구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적은 농촌이다. 작지만 강한 양구군의 슬로건은 ‘모든 것은 양구로 부터’이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으로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 양구군. 인구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한다.농사를 지으며 고단한 여성농업인을 위해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자는 의미로 양구여성농업인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구림마을은 450여 년 전통의 대동계가 아직 이어져 오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구림마을아이들은 마을공동체 안에서 자연을 뛰어다니며 함께 자라난다.구림마을은 내 아이와 이웃의 아이가 함께 건강히 자라야 영암 지역이 건강해진다고 믿는다. 마을공동체를 만든 목적도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다.시행기관 어울림은 영암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교육자들의 모임으로 아이들을 위한 마을공동체에 지지를 보내며 선뜻 공간을 내주었다. 학부모들은 주말이면 심심해하던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놀며 배우는 공간이
제주에는 이주민이 많다.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기본적인 배타심도 있다. 이주한 분들이 지역 주민 커뮤니티로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김녕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에 오면 배움이란 매개체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소통이 되어 좋아한다. 서로 힘든 점들을 이해할 수 있어 관계가 깊어진다.제주시 구좌읍은 시내에서 50분가량 떨어진 지역이다. 제주 내에서는 장거리로 분류되는 곳으로 시내버스도 아닌 시외버스나 자가운전으로 교통편을 해결한다.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곳도 없다. 20분 정도 가면 구좌읍 주민자치센터가 있지만 구좌 관내에서는 서쪽에 속해
칠곡 오케스트라는 1999년 청소년 오케스트라부터 시작됐다. 고은경 음악감독은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대학에서 처음 동기들과 합주할 때 너무 힘들었다. 제자들만큼은 합주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 고향에 돌아와 실내악단부터 만들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초중고생이라면 실력과 전공에 상관없이 모았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니 힘에 부쳤다. 그때 농림축산식품부·농어촌희망재단의 농촌 교육·문화·복지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아이들도 있지만 마을 주민들과도 함께 선율을 나눌 기회가 됐다.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오케스트라를
어르신들 첫 말씀 “야야 내는 몬한다.” 손사래 치시더니 금세 신명 나셨다. 잠시 쉬었다 다시 하자는 말에 민요 강사를 불러 세운다. “야야 여어 다시 해봐라. 이 부분 모르겠다.” 마을에서 처음 노래교실을 열 때 남사스럽다던 어른들은 이제 흥얼흥얼 노래가 일상이 됐다. 경상남도 창녕군 유어면 세진마을에는 큰손 이장님이 계신다. 성기순 세진마을 이장님은 농촌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이장님으로 벌써 10년째 마을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농림축산식품부·농어촌희망재단 프로그램도 이장님의 발길로 시작됐다.세진마을회관에서 어른들이 함께 하는 것
악기 하나 정도 할 수 있으니 정말 좋단다. 마을 동생 녀석도 드럼 치는 모습을 보고 멋있다 하니 어깨가 으쓱. 공연할 때 떨리지만 마무리를 하고 나면 실력이 늘어가는 것 같아 뿌듯해진다. 예꽃재마을은 혁신학교인 송남초등학교의 젊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자연에서 자유롭게 키우고 싶어서 만든 마을이다. 정식 이름은 ‘예술이 꽃피는 재미난 마을’. 이름처럼 예술적인 감성을 살리고 아이들이 재미나게 뛰어노는 마을이길 바라는 마음이다.예꽃재마을은 아이들 위주로 마을이 움직인다. 일 년에 4번은 온 마을이 함께 모여 행사를 한다. 5월엔 가족
“선생님들이 고맙고 다 좋지. 무조건 좋지. 가만히 있으면 뭐 하겠나. 여기까지 선생님들이 오셔서 알려주니 늘 수업이 있는 금요일이 기다려져. 그림에 몰두하면 잡념도 없어지고 여기에 마음을 쏟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우리 늙은 할멈 할범 위해 마음 써주니 너무 고마워.” 울산은 산업화로 발달한 곳이고 주변 도시들도 관광이 발전한 도시 지역이다. 그러나 울주군 두서면은 울산 도심에서 한참을 벗어난 그야말로 ‘촌’이다.울산해양박물관에서는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시내와 떨어진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