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산물을 관리하는 기준이 대체로 엄격하긴 하지만 일반사람들이 그저 친환경농산물이란 농약을 치지 않으면 전부 친환경농산물이라고 여기기가 십상입니다.농약을 사용하느냐 마느냐와, 농약을 쓴다면 얼마나 쓰느냐 등으로 무농약농산물이나 저농약농산물로 인증받지만 실제 화학비료는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그 농산물을 섭취했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미지수입니다.일반적으로 가장 최상위 개념의 친환경농산물은 유기농 농산물입니다. 농약은 물론 화학비료도 일체 주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제조한 각종 퇴비나 미생물발효제 등으로 재배한 농산
지금 제가 빌려서 농사짓고 있는 밭은 면적이 대략 470여 평 정도입니다. 사실 이정도 규모는 전적으로 농업을 생업으로 하고 있을 경우는 먹고 살기에는 부족한 넓이지만 저처럼 생업이 아닌 텃밭개념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규모이기도 합니다.대부분 농촌이 고령화를 넘어 초 고령화가 되는 게 시간문제니 앞으로 땅은 있되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방치되는 농지가 점점 늘어날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하기야 저도 한 해한 해 몸 상태가 달라 올 농사 어떻게든 마치고 나면 내년에는 어디 작은 농지를 빌려 놀며 쉬며 해볼까 생각하고 있으니까 말입
지난 여름, 태풍 ‘콩레이’로 제가 살고 있는 동네 대부분이 침수돼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와 저같이 피해가 없는 주민들 모두가 피해복구를 위해 뻘도 걷어내고 물에 젖은 가재도구들을 집안에서 끌어내고 옷가지 등도 세탁하고 젖은 집안을 말리느라 그야말로 온 동네가 정신없이 지낸 며칠이었습니다.세탁기며, TV,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들도 침수되니 그냥 쓰레기가 됩니다. 몇 백 만원씩이나 주고 구입했다는 최신형 스마트TV도 수리하는 비용이 엄청나니 쉽게 엄두를 못 냅니다.길가 한편에 쌓아 놓은 가재도구며 젖은
귀촌을 준비하면서 찾아보았던 이런저런 집들 중 지상권주택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었습니다. 이런 형태의 집은 도시에서는 보기가 어려워서 과연 법적으로 거주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인가 의심스러워 부동산에서 소개하더라도 영 믿음이 가질 않은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남의 땅에다 집을 짓고 권리를 주장하는 게 지상권인데 시골에서는 이런 집들이 흔해 늘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지라 그저 살펴만 봤지 들어가 살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은 불확실한 권리 때문입니다.지상권주택들도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해 토지소유자가 개인부터 문중이나 법
사람이 살아있는 한 도시든 시골이든 생활쓰레기가 배출되기 마련입니다. 도시에서야 집 앞에 규격에 맞는 쓰레기봉투를 내놓으면 수거해가니 별 문제가 없습니다. 재활용쓰레기 문제로 전국이 들끓어 쓰레기대란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어떤 형태로든 처리가 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시골마을은 유명관광지와 인접해 있어 시골다운 분위기는 찾기 어려운 곳입니다. 지근거리에 모텔이 세 곳이나 있어 한창 성수기에는 드나드는 승용차들로 붐빌 때도 있을 지경이니까요.전에 살았던 곳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민원이 야기되지 않는 도로가에 쓰레기를 모아두는 장
김장용 배추나 무, 갓 등을 심는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 무척이나 신경을 써 시장에 나가 제때 배추모종을 사다 멀칭을 하지 않고 심어놓았습니다. 작년에도 때를 놓쳐 김장용 배추를 결국 외부에서 구입했었던 터라 날짜를 세어 가면서 심었지만 땅을 살린답시고 멀칭을 하지 않은 저의 치기 덕에 한 달쯤 지난 후에 맞이한 배추밭은 처참한 결과로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30포기 쯤 심은 배추밭은 잦은 비와 고온, 온갖 벌레들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모종이 10개도 되지 않고 그나마도 겨우겨우 숨이 붙어 있는 상태라 건질 수 있는 배추를 가늠할 수
도대체 이놈의 짐승은 못 먹는 게 무얼까요? 멧돼지처럼 식물성이든 동물성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잡식성도 아니면서 이젠 밭에 심어놓은 모든 작물이 마치 제 식당의 메뉴인양 이것도 맛보고 저것도 맛보면서 찝쩍거리니 그저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적어도 제가 아는 상식으론 옥수수나 고추, 감자 등은 즐기는 먹이가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어느 날 가뜩이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망쳐버린 옥수수 밭에서 고라니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화학비료도 안 주고 퇴비도 부족하고, 땅도 척박한 곳에서 겨우 가슴높이로 자란 옥수
철부지라는 말은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를 일컫는 말이긴 하지만 농부가 농사철을 제때 챙기지 못해 농사를 망치는 경우에도 해당되는 말이라고 합니다.이럭저럭 농사를 시작한 지도 6년여가 됐는데도 여전히 농사가 어렵긴 처음이나 매 한가지입니다. 하기야 뭐를 심어 가꾸든 1년에 단 한번만 해보는 거니 다음 해에는 언제 어떻게 했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아 인터넷도 뒤지고 핸드폰에 저장된 지난 해 일정표도 살펴보지만 그만 철을 놓치기 일쑤입니다.옥수수와 고구마는 집사람이 워낙 좋아해 반드시 심고 가꿔야 할 최우선 작물입니다. 문제는
작년보다 훨씬 가격이 올라버린 고구마모종을 2단이나 사다 심고 잘 활착되나 싶었는데 가뭄이 닥치고 말았습니다. 웬만한 가뭄이 아니면 잎이 마르는 경우가 없는 고구마 잎이 누렇게 뜨더니 배배 꼬이기 시작합니다. 몇 포기 심은 토종오이와 고추, 그리고 고구마 밭까지 물을 길어 날라야 하니 이거 어디 사람이 할 노릇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뭐 그렇다고 농사 때려 치면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그저 운동한다고 생각하면서 꼼지락 거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긴 합니다.스프링클러나 특별한 관개시설이 없는 천수전에서 뭔가 작물을
세상에 덥다 덥다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 일정표를 들여다봐도 그저 며칠 정도 덥다가 말았는데 이번은 정말 모든 걸 태워버리듯 태양이 이글거리니 급기야 초열대야라는 생소한 용어까지 등장하게 된 겁니다.사람이 견디기 어려운 뜨거운 날씨에 밭작물이라고 온전할 리가 없습니다. 7월 중순 이후부터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그동안 견뎌내던 작물들도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합니다. 새벽녘에야 겨우 손수레에 물통 몇 개 싣고 밭으로 나가 주전자로 목마른 옥수수나 고추, 토마토, 오이에게 물 한잔 건넬 뿐이니 저도 힘
농사짓는 이들에게 잡초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이름조차 불리지 않고 그저 없애버려야 할 귀찮은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세상에 잡초는 없다고 말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상향을 꿈꾸는 특별한 농법에서야 가능한 판단일 겁니다. 극단적 친환경적 농법에서야 잡초든, 씨를 뿌린 작물이든 모두 다 생명체고 나름 서로 공존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여기니 당연히 잡초라는 개념이 있을 수가 없겠지요.이랬든 저랬든 저같이 평범하고 전문 농사꾼도 아닌 얼치기 농부로서야 잡초는 잡초에 불과할 뿐이고, 조그만 틈만 보여도 어느새 토지를
결국은 6월 들어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으면서 가뭄이 찾아왔습니다. 벌써 이 지역에서 살아온 지도 6년여가 넘었는데도 어김없이 한창 바쁜 농사철에 맞춰 가뭄이 찾아오니 참 기가 막힐 일입니다.워낙 가뭄이 일상인지라 5월에 넉넉하게 온 비 덕분에 들깨모종을 부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만 차일피일 미루다 6월 초에 모종밭을 만들어 들깨 씨앗을 붓고 차양막으로 덮어놓았었습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한여름과 초봄 사이를 널뛰기 하니 보통 열흘 정도면 싹이 나올 텐데 어찌된 일인지 보름 가까이 흘렀음에도 싹은 고사하고 잡초조차 보이질
집사람이 취미로 길러내는 모종이 이상하게도 올해는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고추는 수비초 같은 토종과 꽈리고추, 청양고추 등을 싹을 틔워 포트에 옮겼는데 어디서 옮겨 왔는지 진딧물이 붙더니 그만 시들시들 꼬부라지고 말아 다시 싹을 틔웠으나 역시 제대로 크질 못합니다. 작년만 해도 오크라나 토마토, 토종오이 등은 모종이 잘 커 정식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올해는 이러다 제때 정식도 못할 판이라 종묘상 신세를 지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북평장 같이 큰 오일장에는 사실 없는 게 없을 정도지만 모종 사겠다고 그 먼 길을 갈 수도 없으니 가까운 시내 종묘상을 들르기로 했습니다. 사실 종묘상은 농약상을 겸하고 있어 봄 농사 시작되는 한철에 모종은 물론 각종 농자재, 농약판매로 큰돈을 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도무지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하루는 한여름인양 30도를 웃돌다가 그 다음날에는 10도 이하로 떨어지며 찬바람까지 불어대 보관했던 겨울점퍼를 다시 꺼내 입어야 될 정도니 밭에 심어놓은 작물들이 어디 제대로 자랄 수 있겠습니까.종묘상에서 사온 모종들도 노지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지만 조만간 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러니 집에서 힘겹게 길러낸 모종들이야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열 몇 개 싹을 틔운 오크라와 고추모종을 심어놓았지만 매일매일 들여다봐도 성장하는 것 같진 않고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지 꼬부라지고 있으니 말입니다.전국이 변덕스런 날씨 탓에 고생하고 있지만, 특히 이곳 영동지방은 동풍이 불기 시작하면 바람도 거세지고 기온도 마치 초가을처럼 쌀쌀해지니 더
고추씨를 비롯한 온갖 작물의 씨로 모종을 내는 일은 집사람의 취미활동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고추씨야 그나마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토마토의 경우는 씨를 별도로 골라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어쨌든 발아를 시키는 걸 보면 놀랄 만합니다.전문적으로 모종을 내 판매를 하는 이들이야 시설을 잘 갖춰 대량으로 생산하지만 오직 거실의 온기와 베란다 햇빛만으로 모종을 내서 기르는 일은 힘들고 귀찮은 게 사실입니다.잘 마른 고추에서 털어낸 씨앗을 물에 적신 키친타월에 펼쳐놓고 햇볕에 노출되지 않도록 반으로 접어 덮고 수시로 물을 갈아주면서 뿌리가 나오는지 살펴 핀셋으로 포트에 옮겨 심는 게 집사람이 모종을 내는 방식입니다.옥수수 같은 경우는 하루나 이틀 정도 물에 불려 뿌리가 나오는 것들만 골라 포트에 옮겨 심으면 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들지만 봄이 오는 길목을 막아설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밭으로 나갈 때 걸친 바람막이 겉옷이 금방 거추장스러워져 나무에 걸쳐 놓습니다. 벌써 보름여 넘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마른풀뿌리와의 대결도 거의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잡초의 제왕은 역시 바랭이입니다. 지난 가을 늦장마로 방치했던 밭은 바랭이들이 제멋대로 퍼져 거의 정글수준이 돼버렸습니다. 빈틈없이 바닥에 붙어 말라버린 바랭이 줄기가 너무 길어 경운기도 트랙터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라니 제가 생각해도 기막힐 노릇입니다.쇠스랑과 괭이 삽만으로 5백여 평 밭 전체를 파내다보니 허리는 물론 온몸 전체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돕니다. 이랬든 저랬든 뒤돌아볼 때 마른 풀이 걷힌 곳은 그나마 밭으로 보이니 그 재미로
어린 시절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모친께서 장은 직접 담가야 된다며 부뚜막에서 메주콩을 삶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불 조절이 관건인 메주콩 삶기는 모친을 부뚜막에 종일 붙들어 매놓았지만 적당히 삶아지는 메주콩의 구수한 냄새는 손바닥에 한줌 받아 쥔 뜨거운 콩알 맛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지금이야 도시에서 메주콩을 삶아 장을 담그겠다는 시도조차 어려운 환경이고, 시골에서도 전문적이고 상업적으로 이뤄지는 게 보통이라 가정마다 특색 있는 장맛을 보기란 쉽질 않습니다. 대형마트 진열대에 늘어서 있는 식품회사들의 장맛이야 거기서 거기니 어쩌다 전통시장이나 인터넷쇼핑을 통해 접하게 된 장맛이 특별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시골로 귀촌한 분들 중 늘어선 장항아리들이 어마어마해 입을 딱 벌릴 정도의 큰 규모로
예년에 비해 추위도 심하고 겨울 내내 눈조차 구경할 수 없는 겨울가뭄이 마른 풀들만 무성해진 밭을 더 황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지방 토박이들도 올해처럼 눈이 단 한 번도 안 내린 적은 처음이라며 언감생심 농사는커녕 마실 물마저 말라버릴까 걱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광역수도가 아닌 마을관정은 지속되는 가뭄에 수압이 점점 낮아져 수도꼭지에서 쫄쫄 거리니 괜한 걱정은 아닙니다.몇 해 전 먼저 살던 곳에서도 쉴 새 없이 퍼붓던 눈이 처마 밑까지 쌓여 눈과의 사투를 벌였던 기억이 생생할 정도였는데 최근 2,3년 동안 겨울가뭄이 지속되고 있어 뭔가 기후에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게 틀림없어 보입니다.제주도에 폭설이 내리면 지인들의 SNS 에서는 마치 강원도 산골 풍경 같다는 글이 쇄도하지만 이젠 그 말도 뒤바뀔지
요즘은 시골이라고 맘 편히 살기가 쉽질 않습니다. 먼저 살던 곳도 청정 골짜기에 석산개발업자가 들어온다고 해서 동네주민들이 관청에 진정하고 반대 현수막을 거는 건 물론, 온 산골짜기를 돌아다니며 희귀동식물 사진을 찍어 개발이 부당하다는 증거자료로 환경부에 제출하는 등 마음고생이 많았었습니다. 지방환경청에 대표단을 구성해 환경영향평가서가 엉터리로 작성됐음을 주지시켜 재심이 되긴 했지만 이사 나온 이후도 여전히 문제가 완결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어 걱정입니다.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의 논리는 영리추구입니다. 정보가 부족하고 시민의식이 낮았던 시기에는 자본가들이 권력과 결탁해 마음대로 공해사업까지 벌일 수 있었고 그 후유증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풍광이 아름다운 계곡을 독차지해서 펜션이나 음식점을
귀촌을 결심하고 강원도 산골짜기로 살림을 옮긴 해가 2012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2018년에 열린다는 얘기는 그저 머나먼 미래로만 여겼었습니다. 하기야 살아생전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둘 다 눈앞에서 바라본다는 두근거림을 가졌더라면 손꼽아 세월을 헤아렸을지도 모를 일이긴 하지만 그저 나와는 관계없는 먼 일이었으니 그럴 수밖에요.그랬거나 말거나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 2018년 2월9일이 되었고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일과는 상관없이 TV를 통해 중계되는 화려한 개막식은 장관이었습니다. 세월을 뒤돌아보면 1988년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한 번도 경기장에 가 본 기억이 없었던 건 먹고 살기 위한 생존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저 집안에서 TV켜고 길게 늘어져 경기를 즐기는 게 더 편해서였습니다. 이